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국내여행

[제주] 버스타고 제주 여행 3일 : 202번 버스타고 추사관까지

by 그랑헤라 2018. 3. 30.

내가 보고 싶었던 제주의 풍경은 검은 돌담과 연두빛 밭과 노란 유채와 푸른 바다가 하나의 화면에 잡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풍경이 내가 묵고 있던 그 마을에 있었다. 버스를 타기 전에 조금만 올라가보면 되는데.... 




마을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일상적인 모습이 있고, 도로변에는 관광지의 모습이 있다. 이게 제주이리라.


202번 서일주노선 버스를 탔다. 지금까지 다닌 것과 반대방향이다. 전망 좋은 맨앞자리에 외국인이 앉아있었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옆에 앉으라고 했다. 당연히 앉았다. 내가 젤 좋아하는 자리이니까....

이스라엘에서 왔다는 이 언니는(내 또래 정도 됬을까?) 한림공원을 간다고 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데도 꽤 길게 느껴지는 길이었다. 제주는 결로 작은 섬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 버스가 이상한 길로 간다'. 내가 확인해 본 것으로는 추사관은 산방산 서북쪽에 있는데, 버스는 산방산 남쪽으로 달렸다. 

"아저씨, 이 버스 인성리 안가요?"

202번 버스는 산방산 남쪽과 북쪽으로 우회하는 2노선이 있단다. 되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곳에서 내렸고, 맞은편 정류장에서 다시 되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인성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자 바로 이렇게 추사관 안내판이 보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부터 추사관까지 가는 길은 예사롭지 않은 긴 돌담, 아니 성벽이 있다. 뭔가 의미가 있는 벽인 것 같은데 설명이 없다.



알쓸신잡을 통해 알게된 추사관.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당에 나란히 있는 벤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세한도와 같은 모습으로 만든 건물을 먼저 보라는 말이리라. 



자리에 앉아서 준비해 간 커피를 마시면서 세한도 실물을 감상했다. 건물이 너무 커서 느낌이 제대로 나지는 않았다. 건물을 더 낮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소나무가 더 자라면, 아마도 100년 후에는 세한도의 느낌이 날까?



추사관과 제법 잘 어울리는 앞집 기태연미용실.



이 전시장을 건립하는 것에는 유홍준이 많은 조언을 했고 건축가 승효상이 만들었단다. 일단 믿음이 가는 건축가이다.

역시나 전시장은 지하로 내려간다. 



이 지그잭길은 제주 대정까지 유배를 온 추사의 험난한 여정을 의미한단다. 건축은 이야기이다. 승효상 건축가는 이런 이야기를 참 잘 만드는 것 같다.



알쓸신잡을 유심히 보고 왔지만, 글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내에게는 그리 감동적인 작품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새롭게 알게된 추사의 가계도를 보니, 조선후기의 진정한 엄친아임은 틀림없다.



전시장 중간방에 유배지로 올라가는 계단이 아무런 장식도 없이 좁고 휑하게 있다. 



그리고 나타나는 넓지않고 어두운 작은 공간, 실제로 1층인 이 공간에는 추사의 흉상이 있고 제단처럼 꽃이 받쳐져 있다. 



그리고 맞은 편은 이렇다. 



연결된 문으로 나가면 추사가 유배되었던 집이 나타난다.



유배지라기엔 좀 크다했더니, 제자의 집에서 있었단다. 여기에 있으면서 제자들도 가르치고 추사의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룬 곳이란다. 물론 주변엔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해서 그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는 유배생활을 했다고 한다.






뒷집은 작은 주막이다. 민박도 하는 모양인데 영업을 접은 것인지 오늘만 휴업인지 정낭 3개가 모두 걸려있었다.




추사관이 있는 마을 속으로 들어가보니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 근처의 학교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나오는 모양이었다. 이런 곳이 맛있는 법. 평범한 집밥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제주에는 관광객 요금이 있다. 동남아처럼 공공연하게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있다. 관광지에서는 한 끼에 보통 15000원이 주어야 먹을 수 있다. 내게는 너무 비싼 식사이지. 그래서 제주 사람들이 가는 식당을 찾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드디어 처음으로 평범한 식당엘 가게 되었다. 



그 마을 대정에는 유난히 소박한 하르방이 많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경치가 좋아보이는 곳에서 내렸다.









해변 쪽의 올레길을 조금 걷기도 하고, 마을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다시 버스를 타기도 하면서 그렇게 곽지까지 갔다.



곽지해수욕장은 과물해변이라고도 한다. 거기엔 이렇게 노천탕도 있었다. 바닷가에 있는 제주 전통을 노천탕을 관광객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인가?  설명서를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여탕을 이렇다. 남탕에 비해 물이 들어오는 통로가 작은데 아마도 바다 쪽에서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듯...




반면에 남탕은 바다 쪽에서도 들어올 수 있겠다.





곽지해수욕장은 진짜로 하얀 백사장이다. 그래서 바다의 색도 다른 곳에 비해 은은하다.



충북학생수련원에 들러서 맡겨놓았던 캐리어를 찾아서 나왔다. 우아한 숙소는 아니지만 저렴하고 안전해서 좋다. 전망도 좋고..... 종종 이용해야겠다.



일찌감치 도착한 공항.  한라산은 도착했을 때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떠나려고 하니 배웅을 해 주었다.


공항 구석에 앉아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주- 를 폈다. 여행 틈틈이 읽으려고 했는데 거의 손도 못대고 말았다. 

앞 부분만 조금 읽고서도 후회가 밀려왔다. 여행 전에 읽고 왔어야 하는 것이었다. 

다랑쉬오름과 윗새오름을 오른 것,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 등은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4.3평화공원을 포기한 것, 거문오름의 예약 정보를 몰랐던 것 등은 아쉬운 점이다. 또한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제주를 그냥 관광지로만 생각하고 온 것도 소양부족이었다.


빠른 시일에 기회를 만들어서 다시 제주를 제대로 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