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로 산 비행기 티켓 그리고 안전과 비용만을 생각하여 충북학생수련원을 예약했었다. 그리고 3월 27일, 자 이제 출발.
공군비행장을 빌려서 사용하는 우리 동네 비행장은 소박하고 한산하다. 그래서 탑승 절차도 금방 끝난다. 제주로 가기엔 이만한 공항이 없는 듯.
비행기를 날아올랐고, 뿌연 미세먼지층과 푸른하늘이 선명하게 나뉘어져 있는 하늘의 경계 즈음을 날았다. 국내선을 비행하는 아시아나는 기체가 꽤 낡은 듯.....
제주 하늘로 오니 하늘은 더욱 뿌연 미세먼지 속이었다, 고도를 내렸고 저녁으로 가는 시간이라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비행기 안에서 선명한 한라산을 보면 감동인데.... 이제 그럴 기회가 있을까 싶다.
쫌 불안한 비행을 마치고 비행기는 무사하게 제주 공항에 착륙했다.
석양 속으로 보이는 제주 공항은 매우 분주했다.
일단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제주 관광지도와 버스노선이 적힌 간단한 인쇄물을 받았다.
공항 청사 밖으로 나오니 야자수같은 이국적인 나무들이 나를 맞았다. 이런 조경 때문에 제주는 같은 나라이면서도 매우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내가 가야할 곳은 곽지에 있는 충북학생수련원. 곧 어두워질테니 서둘러야했다.
미리 구한 정보대로 따랐다. 청사 밖에 바로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대정, 화순 방면의 일주서로를 달리는 102번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렸다.
물매암이 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많은 차들의 모습이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이 곳은 상대적으로 버스의 통행량이 많았고 그만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탈 버스는 꽤 오랫동안 기다리니 왔다. 한 20분 기다렸나? 이게 이 버스의 일반적인 배차 간격이던데....
우리 동네에서 사용하는 마이비카드가 여기서도 작동을 했다. ㅎㅎ 그냥 우리 동네에서 버스를 탄 느낌이었다.
이미 어두어진 시각. 퇴근시간과 맞물려서 공항 부근은 교통 체증이 있었다.
그러나 공항을 조금 벗어나자 시원하게 버스는 달렸다.
내가 타고온 102번 버스는 급행이다. 그래서 애월환승정류장에서 일반 간선버스인 202번으로 바꿔타아지 곽지에서 내릴 수 있다.
외국이었다면 이런 시간에 버스를 기다리면 무척 분주하고 급한 마음이 들었을텐데, 제주라니....아무런 느낌도 없다. 단지,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하면 수련원에서 업무를 보는 직원에게 미안하겠다.
이렇게 별 어려움 없이 숙소에 도착했다.
충북학생수련원 팬션은 교직원 가족을 위한 휴양시설인데, 안전하고 저렴하지만 사실 그리 폼나지는 않는다. 사각의 공간에 한 면은 조리공간이고 수납장이 하나 세워져있고, 텔레비젼과 에어컨과 냉장고 있다. 와이파이는 빵빵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TV에 스카이스포츠 채널이 나온다는 것이다. 마이애미 오픈에 참가한 정현의 8강 경기를 큰 화면으로 보겠구나.
2월 38일 수요일
이른 아침, 커튼을 여니 바로 바다다. ㅎㅎㅎ 이 곳 곽지모물은 작은 해변이라서 상가도 많이 없는 것이 한적하고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오늘 일정을 머리로 그리면서 여유있게 준비를 했다.
오늘 일정은 202번 버스를 타고 제주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대천환승정류장으로 가서 810번 관광지 순환버스를 타고 그 라인에 있는 곳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숙소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펼쳐진 바다를 보자 갑자기 걷고 싶어졌다. 그래서 애월까지는 해변을 따라 있는 올레길을 따라서 걷기로 했다.
바다는 푸르고 맑았다. 검은 현무암과 어울려서 그 색깔이 더욱 푸르게 보인다.
구경하고 사진을 찍다보니 걷는 속도가 점점 늦어졌다. 그래서 더 좋았다.
한담은 꽤 번화한 해변이다. 많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내게는 매력적인 곳이 못되었다.
한담을 지나자 해변 올레길이 공사중이어서 길이 막혔다. 우회를 하여 해변에서 멀어지니 또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애월연대가 보였다. 연대는 봉수대와 같은 통신 시설이었다. 연기를 올리는 곳이라는 말이겠지? 제주 곳곳에 연대가 많다고 한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까지 나왔다. 신설동이란다.
마을 곳곳에는 이렇게 작은 유채밭들이 보였고, 출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한산했다. 마을에서부터 같이 나오면서 나의 안전을 걱정해 주시던(최근에 제주 여행객들에게 사건이 좀 있었다.) 할머리가 저 앞에 걸어가셨다.
202번 버스를 탔다. 관광의 섬 제주답지 않은 쾌적하지 못한 버스이다. 의자를 씌워놓은 덮개가 쫌 지저분하다. 어제 102번 버스에서도 느낀 것인데 버스에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102번 버스는 공항으로 다니는 급행버스라서 큰 캐리어를 들고 타는 승객이 좀 있었는데 엄청 불편해 보였다. 그리고 버스 차체도 낮은 것으로 바꿔야 해.
"저기요, ,,황사가...창문 좀 닫지요?" 왼쪽 창가에 앉은 아저씨가 통로 건너 오른쪽 창가에 앉아서 아랫 창문을 빼꼼 열고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는 아무말 없이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좀 달리는가 했더니,
"아저씨! 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그러세요?" 여자의 신경질적이면서도 약간 떨리는 목소리.
아저씨는 미안해하지 않는 목소리로 미안하다면서 순간을 넘겼다.
한 5분이 지난 후, 다시 한번 그 여자는 또 한 번 더 화난 목소리로 따졌다. 그 쪽까지는 바람이 가지도 않는데 왜 창문을 닫으라 마냐라고 하느냐, 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냐...등등
다시는 말을 걸지 않겠다고 무마한 아저씨는 앞으로 가서 앉았다.
뭐지? 신경쇠약증에 걸린 여자인가? 분명히 황사가 심하니 창문을 닫으라고 말했는데....
제주 시내로 들어오니 교통 체증이 심했다. 그럼에도 무사히 버스터미널에 도착했고, 222번 버스로 바꿔탔다. 버스는 사려니 숲을 통해서 표선으로 가는 버스여서 그렇지 않아도 멋진 제주인데, 더 멋진 코스로 달렸다.
대천환승정류장.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810번 버스를 탔다. 내가 탄 810-2는 세계자연유산센터 방향으로 순환하는 버스다. 버스에는 관광안내원도 함께 타고 있어서 궁금한 것을 짧게 질문하면 엄청 소상하게 잘 알려준다. 심지어는 다른 관광지로 연결되는 버스 회사에 연락까지 해 준다. ㅎㅎ
세계자연유산센터. 제주의 자연환경을 학문적으로 설명하는 전시관이 있다.
맞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나? 아니구나, 등록하려고 서명운동을 하던 때이구나.
제주의 생성, 자연, 바다, 화산, 지질 등에 관해 설명하고 전시를 하는데, 특히 동굴을 그대로 만들어 놓은 곳은 꽤 인상적이었다.
난 전시물보다도 건물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전시 공간에 비해서는 건물을 엄청나게 큰 편인데, 아마도 자연 유산에 관련된 일을 하는 공간도 있으리라.
이 곳과 연결되어서 거문오름 탐방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미리 예약을 해야 된단다. 그 사실을 어제 알았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이미 두 달 후까지는 예약 완료다. 난 이런 사소한 것에 집착을 하는 편인가보다. 이것 때문에 가을에 다시 오리라...
시간이 없어서 4D 영상은 포기하고, 밖으로 나와서 버스를 기다렸다.
다음에 내린 곳은 선흘2리. 인터넷에서 돌담 골목이 예쁜 사진을 보았기 때문에 내렸는데, 마을은 공사중이고 그런 예쁜 마을은 없었다.
그리고 난 배가 고팠다. 공사를 하던 아저씨 한 분이 앞에 있는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젊은 두 남자가 하는 맵찜이라는 식당. 매운 찜을 하는데 겨울 동안에는 짬뽕도 한단다. 그게 3월말까지다. 강력추천 갈비찜짬뽕이다. 큼직한 갈비가 3개나 들어있다. 국물도 시원하다. 저 엉성하게 썬 양배추 샐러드는 귤 소스를 뿌려서 달콤하다.
다음 버스가 오는 한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점심을 먹다보니 그렇지 않았다. 식당에서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 나가자마자 노란 순환버스가 보였다. 정류장도 아닌 곳에서 세워탔다. 버스에는 중년의 외국인 부부가 앉아있었다.
관광안내원과 다랑쉬오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외국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Where are you from?"
콜롬비아에서 왔단다.
"Bienvenodo a Corea." 그리고는 수다가 시작되었다. 나도 중년의 콜롬비아부부를 순환버스에서 만난 것이 놀라웠지만, 그들도 그 버스 안에서 스페인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 사람들은 다희연에서 내리는 바람에 짧은 시간 동안만 이야기를 했다.
버스는 나를 다랑쉬오름 북쪽 입구에 내려주고 떠났다. 여기에서부터는 15분 정도 걸어야 한단다.
멋진 전경과 활짝 핀 벚꽃과 아직도 싱싱한 동백과 엄숙한 무덤군을 지나는 한적한 언덕길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도착한 오름 등산길 입구.
380m의 높이지만 꽤 경사가 있어서 걷다 쉬며를 반복하며 천천히 올랐다. 생각보다 힘들다.
오름 위로 올라서서 한 바퀴를 도는 것은 일도 아니다. 거의 평탄해 보이는 정상 반대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 길이 완만하니 길어도 수월하리라.
맑은 날에 보면 전망이 엄청 좋겠다. 아니면 석양이 지는 모습을 여기에서 보아도 꽤 멋지겠지만, 시간이 너무 이르다.
이 위치에서 보는 오름의 내부가 가장 환상적이다. 웬지 신성하게까지 느껴진다.
오름의 정상에서 조금 서성이다가 내려왔다.
다랑쉬오름 남쪽 입구에서 버스를 타려고 나왔다. 그런데 나오는 길에 공사도 있고 너무 멀고, 이미 기운도 다 빠져서 힘들었다. 그래서 간선도로까지 나오게 되어서 관광지 순환버스가 아닌 성산까지 다니는 시외버스 211번을 타고 터미널로 돌아왔다.
관광지는 한 군데만 보고 여유있게 지내려고 했던 여행, 그 첫 날 부터 완전히 무리를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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