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산역 준공에 대한 뉴스가 한참 나올 때였을 것이다. 그 뉴스를 보면서 엄청 흥분했었다. 북한을 통해서 유럽도 갈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 후 수업시간에 북한과 관련된 단원이 나오면 칠판에 유라시아대륙을 대충 그려놓고 기차타고 포르투갈까지 가자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물론 연결되어 있던 철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말할 것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 지나서 신의주까지 가면 거기부터는 대충 중국 통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타는 정도로 말했었던 것 같다. ㅎㅎ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아이가 있을까?
그 당시 난 교사영어연수를 단기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여행 이야기가 나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영국인이었던 강사가 매우 흥미있어했고, 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5년 안에 분명히 가능할 거라고 했다. 사실 10년 후 정도를 생각했었는데 넉넉히 5년을 더 여유를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남북한의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이런 기대도 내려놓게 되었다.
2018년, 다시 그 희망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이번엔 제법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대가 되었다. 이번엔 2년으로 잡았다.
도서관에서 여행책 쪽을 구경하다가 '시베리아' 라는 제목을 보고 집었다.
저자인 박흥수는 철도기관사이며 철도덕후란다. 블라디보트톡에서 출발해서 모스크바까지 도착한 후,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다녀와서 베를린까지 가는 일정으로 다녀온 여행을 쓴 책이다.
'아! 이 사람, 김어준에 나와서 철도에 대한 애정을 한바가지 쏟아놓았던 바로 그 사람이구나.'
빌려왔다. 얇은 책은 아니고, 설렁설렁 여행담만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이 저자는 역사 덕후이기도 하다. 일정과 연결하여 우리나라 독립운동과 관련된 사람과 사건들과 힘들었던 민중들의 삶을 끊임없이 알려주고, 실제로 거의 아무도 모르는 유적지를 찾아간다.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당장이라도 출발할 생각이 들었으나, 점점 아무런 준비도 안된 내가 가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착실하게 준비해서 내년에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내가 준비할 것은
1.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최소한 5개는 읽을 것.
2. 우리 나라 근현대사, 특히 해외에서의 독립운동에 대한 역사를 공부할 것
3. 러시아 역사도 좀 봐둘 것
4. 여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러시아어 정도를 공부할 것.
서점에 가서 이 책을 한 권 사서 보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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