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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국내여행

한라산 등반을 위한 훈련 4 - 김수녕 양궁장-낙가산-것대산

by 그랑헤라 2018. 9. 15.

등산을 하는 중에 가장 힘든 구간은 침대부터 현관까지란다. 맞는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시간을 확인하니 7시 20분. 계획대로라면 벌써 산 중턱에 올라있어야 하는 시간이다.

이번 주는 건너뛸까 생각하고 있는데 현근이가 학교에 태워다달라고 부른다. 그래, 가자! 

현근이를 학교 근처에 내려주고 난 김수녕 양궁장으로 달렸다. 실로 오랫만에 찾는 곳이다. 바로 등산로 입구로 갔다.



오늘의 코스는 낙가산에서 것대산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는 것. 등산로를 보니 낙가산에서 보살사 뒷산으로 돌아서 올 수도 있었다. 다음 주엔 저 코스로 돌아봐야겠다.




김수녕 양궁장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입구에서 낙가산 정상까지가 2.3km 인데, 낙가산의 해발고도는 480m . 내가 계산은 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꽤 오르기 힘든 산이다.



입구부터 있는 계단을 올라서면 나무 사이로 도시의 전경을 보면서 등산을 하는 곳이 많다.




계속되는 오르막, 또 오르막. 같이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민쌤은 한동안 등산에 빠져있었는데, 이 코스가 엄청 지루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나에겐 추억의 코스이다. 그래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상수리나무엔 벌써 도토리가 익어 떨어지고 있었고, 밤나무 아래에도 밤을 줍는 등산객이 간간이 보였다.



중간 중간에 만들어 놓은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잠시 쉬기를 반복했다. 벌써 네번째 훈련인데도 고도를 올리는 것은 여전히 벅차다.




덕일 이륙장이다.



태권도장을 하던 패러글라이더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기 전에 늘 이 곳까지 글라이더를 메고 올라와서 비행을 했다고 해서 덕일이륙장이다. 여긴 바람이 엄청 센 날, 양궁장 부터 여기까지 장비를 메고 올라올 힘이 있는 사람이 겁없이 이륙하는 곳이다. 그래서 난 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아니 할 생각도 하지 않는 곳이었다. 


다만, 비행 도중에 이 곳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과 인사하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낙가산 바로 아래. 정상까지 계단이 생겼구나. 



우리 나라의 낮은 산의 정상에는 이렇게 송신탑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낙가산도 예외가 아니다. 쫌 보기가 그렇다.



정상에 올라서면 멀리 대청호까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날이 화창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낙가산에서 것대산 쪽으로 더 걷기로 했다. 이 길은 거의 평지이다. 능선 위에 있는 길이라서 좌우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걷는 길이 즐거운 곳이다. 물론 나무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것대산 정상에는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 있다.  

것대산 - 낙가산 - 양궁장. 이 코스는 100번도 넘게 다닌 곳이다. 아마도 그 중에 10번 정도는 등산 아니, 바람이 세서 비행이 불가능한 날에 하산을 위해 걸었었고, 나머지 90번 정도는 비행을 하면 누볐던 곳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지나는 곳마다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이제 내려가는 길.

팟캐스트 빨간 책방의 '클림트'편을 들으면서 올라갔는데, 2부 오프닝에서 이동진 작가가 침묵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이어폰을 빼고 침묵 속에서 내려오기로 했다. 그랬더니 새소리, 벌레소리,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잡생각도 떠오르고.....




누군가는 잘 익은 도토리를 주워서 모아놓았다. 도토리를 줍는 다른 사람이 가져가라는 마음에서였을까? 난 동물들이 먹으라고 숲으로 던져 놓았다.



처음 시작한 곳, 양궁장이 보인다. 오늘 등산 시간은 총 3시간. 짧다. 다음 주는 4시간 정도로 늘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