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2일 토요일
6:40. 집을 출발했다. 미친듯이 차를 몰아 양궁장에 10분만에 도착. 준비하고 등산을 시작한 시각이 7시.
예보상으로는 화창한 날인데, 아침이라 그런지 안개가 내린다.
양궁장부터 낙가산까지는 2.3km의 짧은 구간이지만, 가파른 오르막과 짧은 평탄한 길이 계속되는 힘든 코스이다.
첫번째 오르막을 오르고 이제 두번째 오르막이다. 컨디션이 상당히 좋다. 그 동안 연습을 해서인지, 이젠 덥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세번째 오르막까지 오르고 나서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쉬었다. 오늘은 등산용 스틱이 하나 밖에 없다. 하나는 고장이 난 것 같다. 올라오기 전에 길이를 조절하려고 했더니 헛돌기만 하고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들지 않았다.
안개가 자옥하여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근사하다. 그러면서도 쫌 으스스한 분위기다.
숲이 축축하게 젖어 있어서인지 여기 저기에 버섯이 올라와있다. 어떤 것이 먹는 것인지 몰라서 그냥 걸었다. 추석 즈음해서 버섯이 많이 나온다고 했는데 딱 맞는 말인가 보다. 예전에 패러클럽 사람들과 버섯을 따러 갔다가 능이버섯을 잔뜩 땄던 생각이 났다. 난 이제는 점점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되었다. 슬프게도....
낙가산 정상. 가뿐하게 올라왔다. 정상에 비석도 상석도 없는 무덤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는 의식하지 못해었는데, 추석이 다가와서 그런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이 무덤의 자손들은 성묘하러 오기가 정말 힘들겠다.
낙가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좁은 길이 보였다. 보살사 뒷산으로 돌아가는 길이 여기인가? 그런데 안개가 자옥한 날, 인적이 거의 없는 이 코스로 가기가 좀 망설여졌다.
그래서 익숙한 것대산 쪽으로 가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가는 길 곳곳에 있는 밤나무 아래엔 밤들이 제법 떨어졌고, 사람들은 주머니까지가져와서 주워간다. 나? 난 이런 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ㅎㅎ 왜? 우리 집에 많으니까.
것대산 정상, 즉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오니 정자에서 누군가가 야외취침 중이다. 들여다 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지나쳤다.
봉수대를 지나서
상봉재까지 왔다. 낙가산을 내려오면서 등산길이 점점 지루해졌다. 익숙한 길, 평탄한 길.... 상봉재 길로 내려가서 도로를 따라 양궁장엘 갈까? 망설여졌다.
하지만 약한 마음을 다잡고 산성까지 가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은 최소한 4시간은 넘게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지켜야한다.
능선 바로 아래엔 가족 묘지가 많이 조성되어 있다. 지금은 공원묘지로 옮겨진 엄마의 무덤이 처음에는 이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난 이 길이 왠지 푸근한 느낌이다.
산성고개 출렁다리. 어느새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명소가 된 곳이다.
이 코스는 한강 남쪽, 금강 북쪽에 있는 정맥, 즉 한남금북정맥의 한 구간이다. 난 산맥도 보다는 산경도가 더 실생활에 유용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산경도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패러글라이딩을 한 이후로는 그 생각이 더 굳어졌다. 언젠가는 백두대간은 어려워도 이 한남금북 정맥을 따라서 걸어볼 수도 있겠다.
드디어 산성이다. 남문과 서문 중간에 있는 치성으로 도착한다.
치성에 올라앉아서 준비한 과자로 허기를 달랬다. 그러고 보니 아직 아침 식사를 준비하지 않았다.
상당산성엔 뭔가 이야기가 많다.
적이 모르게 드나들던 문, 암문이다. 이 암문으로 통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봉수대로 돌아왔을 때는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나왔다. 내 기분까지 화창해지는 느낌이다.
패러 이륙장으로 오니, 바람이 남서풍으로 바뀌었다. 오늘 비행이 가능한 날이 되겠구나.
정자에서 야외취침을 한 젊은이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우암동에 사는 젊은이인데, 오늘은 간월재에서, 내일은 선자령에서 야외취침을 할 예정이란다. 그 훈훈한 외모의 젊은이와 잠시 이야기를 한 후, 다시 출발했다.
산성까지 가는 길은 음습하고 지루했는데, 돌아오는 길은 화창해져서인지 발걸음이 가벼웠다.
집에 오자마자, 앞 마당으로 올라가서 밤을 주웠다. 동생네 가족들은 밤 줍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밤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모기도 많고 벌레도 많은 숲엘 가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밤 줍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해야할 것 같아서, 모기에 물려가면서 10분 정도 주웠는데도 꽤 많이 주웠다. 자꾸만 밤이 떨어져서 좀 짜증이 나기도 했지. ㅎㅎ 완전히 배부른 불만이다.
오늘 내가 걸은 길은 5.8km를 왕복하여 11.6km, 4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한라산을 오르는 길은 보통 성판악부터 시작하는데, 정상까지 9.6km이고 시간은 보통 4시간 30분 걸린단다. 내려가는 길은 관음사코스로 가는데 8.7km란다. 이 길을 올라가는데 5시간 20분 걸린다는 것으로 보아서 꽤 경사가 있는 코스인 듯하다. 그러나 난 내려가는 길이니, 올라가는 시간의 반 정도만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유있게 잡아도 오르는데 5시간, 내려가는데 3시간 총 8시간이면 된다는 이야기다.
매 주 한 시간씩 시간을 늘려서 훈련하면 백록담까지 거뜬하게 다녀올 수 있겠다.
5년 전? 6년 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래킹을 갈 때에도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출발했었는데, 이제는 나름 준비라는 걸 하는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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