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학/시학
저 자 : 아리스토텔레스
번 역 : 천병희
출판사 : 도서출판 숲
출판연도 : 2017년 2월 25일 (내가 읽은 책은 2018년 9월 25일 3쇄이다. 호~올, 이런 책도 팔리나보다.)
수사학이 전체의 2/3 분량이고, 나머지 1/3이 시학이다. 부담스러운 수사학은 아직 읽기 시작도 하지않았고, 시학을 먼저 읽었다. 물론 [플롯의 정석]이라는 팟캐스트에서의 설명을 한 번 듣고 읽었다. 그 팟캐스트의 설명이 없었으면 시학도 읽다가 포기했을 것이다.
시학의 원어는 Poietike란다. 제작술, 창작술이라는 의미란다. 시학의 시가 우리가 생각하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이라던가',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오오'라는 서정시를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시는 서사시, 비극, 희극, 디튀람보스를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중에서 비극과 서사시에 대한 작법을 강의한다. 서사시 보다는 주로 비극에 대한 제작기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가 있는데, 플롯, 성격, 조사, 사상, 볼거리, 노래라고 하고 그 중에서 플롯이 가장 중요하고 볼거리는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플롯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하는데, 사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분명한 인과관계를 가진 복잡한 플롯이 훌륭한 비극이며,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것과 과하지 않은 대사가 좋고, 갈등과 해결의 과정이 사건 자체에서 비롯되는 실마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등..... 나 조차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이야기 한다.
아무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이런 이론들을 처음으로 정립한 책이 바로 시학이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한 점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영화나 오페라, 뮤지컬, 소설, 웹툰 등 모든 창작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발전이고 변형인 것이다.
내가 들은 팟캐스트에서는 영화와 책을 연관지으면서 매우 흥미롭게 설명을 해 주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설명하면서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씹고, 2세대 비극작가들이 신화를 재해석하는 이야기는 타란티노를 도마에 올려놓는다.
시학에서는 희극은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여기에서 이어서 전개된단다. 장미의 이름은 나도 읽어봤는데, 난 전혀 모르고 있는 이야기다.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어보기는 힘들고, 영화로 봐야겠다.
[시는 역사보다 철학적이다]라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시는 드라마이고 플롯을 가진 이야기이다. 반면에 역사는 실제 사건들의 나열이다. 철학적이라는 말은 논리적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실제 사건보다 더 논리적이란 말이다. ㅎㅎ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인물의 행동 모두를 이야기로 만들 수 없고, 인과관계가 분명한 것을 골라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 내 여행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은 사람인데, 블로그에 올리는 내 여행기는 상당히 지루하다. 그게 바로 일정에 따라 모든 것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제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ㅎㅎ
모든 것이 수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적합한 성격의 예를 들면서 [용감하거나 지적인 것은 여자에게는 적합한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물론 아리스토텔레스가 현대로 왔다면 책의 내용을 바꿨겠지.
플롯에서 피해야 할 세가지를 말하는 부분(383쪽 - 388쪽)은 요즘 드라마 제작이나 관객의 입장과 가장 상반되는 의견이다.
시학을 다 읽은 후에, 내가 이런 책을 읽어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우리에겐 당연한 원리지만 그 시대에는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쉽게 정리해 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는 것이 많은 옆집 아저씨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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