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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영화보기

로마, Roma - 알폰소 쿠아론

by 그랑헤라 2019. 3. 9.


멕시코에 대해서 애정이 많은 내가 멕시코 감독의 작품을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감독....이투마마의 그 감독이다. 아주 좋다는 말만 들었던 그래비티도 감독했단다. 


흑백으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일단 볼거리로 관객을 현혹하지는 않겠다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흑백영상이 주는아름다움, 감동이 특별하다. 


영화는 1970-71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한다. 클레오는 부잣집의 가정일을 돌봐주는 입주가정부인데, 배우가 와하까 출신의 원주민 계열이다. 고용주인 메스티소와 고용인인 인디오가 한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평범한 클레오가 평범한 생활 속에서 겪는 잔잔한 행복과 좀 더 큰 아픔과 '성체축일 대학살'이라는 역사 속에 어떻게 연결이 되고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야기도 화면도 자극적이지 않은데, 그런데 아프다, 매우 아프다.



오프닝 크래딧이 꽤 인상적이었다. 바닥을 청소하느라 흘려보낸 물에 반사된 네모난 하늘, 그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 비록 입주가정부의 삶을 살고 있지만, 꿈은 로마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여기서의 로마는 멕시코시티의 로마지구란다. 지도를 찾아보니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떼뻬히거리가 로마지구에 있고, 쿠아론감독이 어린 시절에 살던 바로 그 집이란다.)


영화에서 비행기가 자주 등장한다. 오프닝에서도 그렇고, 클레오가 뻬르민과 보던 영화에서도 그렇고, 엔딩에서도 그렇고, 까마득하게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가 종종 등장한다.  인터넷에서 읽었는데, 쿠아론 감독의 어린 시절 꿈이 파일럿이었단다.




클레오가 일하는 집은 꽤 부유한 주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철제사다리를 올라가면 나타나는 옥상에는 빨래터가 나온다. 거기에서 빨고 널고.... 일년 내내 햇살이 좋은 멕시코시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멕시코 요리를 배우러 가던 베아트리스의 집과 가족들을 생각나게 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개똥이 널려있는 차고로 갤러시가 간신히 밀고 들어온다. 클래식음악이 울리는  폼나는 차를 담배를 피우며 허세 가득하게 들어오는 가장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간신히 주차를 한다. 그 아버지는 바람을 피우고, 집을 떠난 후에 양육비도 끊어버리는 개똥과 같은 사람이었다.



소피아는 그런 남편이 남긴 차를 거칠게 몰아서 옆이 너널너덜하게 차고로 혹은 거리의 차들 사이를 운전하고, 후에 작은 차로 바꿔서 아주 편하게 주차를 한다. 마치 그녀(들)의 인생이 이제는 제자리를 잡는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말이다.



로마는 나에게 매우 특별했다. 대사가 많지도 않은데다가 평범한 일상언어라서 꽤 알아들을 수 있었다. ㅋㅋ, 또한 메스깔, 뿔케, 메트로폴리탄 극장(박근혜가 멕시코 방문했을 때, 이 극장에서 문화교류 공연을 했다), 베라크루즈....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멕시코시티로 날아가고 싶었다.




정부지원을 받은 무장우익단체 '로스 알코네스'를 훈련시킨 교관 중에 실제로 한국인 교관이 있었을까???  훈련 중간에 '차렷!'이라는 구령이 나와서 깜놀. 그렇다면 쫌 부끄러운데....


영화의 모든 장면은 의미가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할 뿐이다.  한 아이의 방에 있던 포스터는 70년 멕시코 월드컵의 포스터였고, 클레오와 할머니에게 총을 겨눈 뻬르민이 입고 있던 옷에 'love is...'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또한 ROMA를 거꾸로 쓰면 AMOR가 된다. 사랑이라는 말이지....



아트하우스 모모. 이화여대 안에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이다. 입구에서부터 만들어진 이 공간... 엄청 멋지다.

 서울에 갔다가 혹시나 하고 검색했더니 이 곳에서 상영한다고 해서 일정을 포기하고 영화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