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5일 목요일
자동차 반납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만땅 채운 연료는 겨우 계기판 눈금 하나만 사용했다.
아깝지. 모닝 드라이브를 해야지.
마을을 더 높이서,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괴레메파노라마로 가서 떠오르는 벌룬을 구경했다.
이륙 장소 중에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일출과 열기구....어제보다 감동이 줄었다.
우치히사르로 갔다.
우치히사르 중심에 우뚝 솟은 성에는 문이 닫혀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여기에서 보는 전망도 멋졌다.
어제 사진이 사라진 파샤바의 사진을 다시 찍었다.
새벽에 (현재 시간 아침 6시 30분경) 갔더니, 새벽 공기도 상쾌하고 사람들도 없어서 이 멋진 공간을 우리가 독점했다.
어제 돌았던 그 길을 따라 갔는데, 군데 군데에서 열기구를 착륙시키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규모의 열기구투어이다. 탑승자와 기구를 실어나르는 투어차량과 트레일러들이 숨가쁘게 내달렸다. 이토록 바쁜 카파도시아라니!
내가 알기로 열기구 투어는 1인당 15만원 정도이다. 벌룬 하나에 10명 이상이 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새벽에 벌어드리는 이 마을의 수입이 대단한 것이다.
낙타바위를 지나서 데브렌트 전망대로 올라갔다. 낙타바위 부근에서 보는 데브렌트와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눈에 보이는 게 다 환상이다.
도로가에 작은 안내만 되어있는 아이날르 교회도 가보았다. 도로에서 100m 정도만 돌아들어가면 하얀 절벽에 동굴교회가 있는데, 사슬로 묶여지고 자물쇠로 채워져서 교회 안으로는 들어갈 볼 수는 없었다. 밖에서 벽에 그려진 그림만 조금 보았을 뿐이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아이날르는 '거울이 달린'이라는 뜻이라고 하고, 천정의 그림이 좌우대칭이라고 한다.
이 절벽교회를 보는데 왜 르 꼬르뷔지에의 롱샹교회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2시간 30분의 모닝드라이브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식당으로 갔다.
전망이 정말 좋다.
"이렇게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는데 왜 카페를 운영하지 않는냐?"라고 물었더니, 호텔 주인은 아침식사 손님만 운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렇겠지, 아무리 작아도 호텔을 운영하는 것은 꽤나 신경쓰이는 일이겠지.
일반적인 호텔 조식과 달리 이 곳은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직접 차려주는 방식인데, 차려놓은 음식들이 카메라 한 컷으로 잡히지 않았다. 터키의 빵맛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 맛있는 빵을 다섯가지의 쨈이나 꿀에 발라먹다니...거기다가 4가지 종류의 치즈와 2가지 종류의 올리브!!!!
맛있는 식사를 거하게 하고 차이는 테라스에서 마셨다. 이런 느낌이 참 좋다.
"어제 여행하는데 무슨 문제는 없었어요?" 차를 가지러 온 스탭이 물었다.
"아주 좋았어요. 단지 작은 문제가 있어요." 난 낮은 비스듬한 둔덕에 부딪혀서 앞쪽 범퍼 아래에 뭔가 떨어진 것을 보여주었다.
"괜찮아요. 문제없어요."
당연하지. 그래서 내가 보험을 다 들은거거든.
"문제가 또 하나 있어요. 주유를 가득했는데, 눈금 하나 밖에 사용하지 못했어요."
"아, 미안해요, 그건 환불이 안돼요.
"알아요, 그래서 당신이 운이 좋다구요."를 '알아, 알아, 그래서 니가 땡잡았다구!' 라는 분위기로 말을 해줬다. ㅠ.ㅠ
풀옵션 보험으로 240리라에 빌린 현대 i20에 235리라 어치의 연료를 집어넣다니!!!! 분명히 1L당 얼마라도 쓰여있는 걸 봤지만, 그런 걸 어떻게 계산하냐구요?!
자동차를 반납하고 공항셔틀버스를 타기까지 남은 2시간. 어르신은 언덕을 올라갔고, 난 괴레메의 구석구석을 다녔다.
관광객이 가지 않을 것 같았던 구역에도 많은 호텔이 있었고, 여행자들이 왕래하고 있었고, 오래된 집들은 새롭게 공사중이었다. 그 쪽이 더 한적하고 전망도 괜찮았다.
남은 시간까지는 카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했다.
새벽 벌룬투어 시간과 그린, 레드투어를 떠나는 시간까지는 마을과 그 주변이 엄청나게 분주했는데, 그들이 모두 외곽으로 빠져나간 정오에는 마을이 나른해졌다.
호텔 매니저과 직원들은 한가하게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마을에 남은 여행자들은 카페에 앉아있거나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이 마을은 모든 것이 여행자에 맞춰서 완벽하게 프로그램이 짜여진 것 같다.
새벽에 벌룬투어가 끝나는 시간과 레드, 그린투어(이 마을의 대표적인 투어)가 시작하는 시간이 잘 맞는다. 이 두가지 투어를 마친 사람은 야간버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갈 수 있다.
모든 투어는 숙소에서 예약을 해주고 투어회사는 숙소로 픽업을 온다. 자동차 렌트도 숙소에서 연결을 해 주면, 시간에 맞춰서 렌트카 담당자가 숙소로 차를 가지고 온다. 완전 신기하다. 공항 셔틀버스도 호텔에서 직접하는 것이 아니라 셔틀버스업체에 대행을 해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신데렐라 구두처럼 딱딱 들어맞는다.
공항셔틀버스에는 또 맨앞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맥주 한 잔에 속이 알싸하더니, 자꾸만 졸렸다. ㅎㅎ
사흘 전에 보지못했던 들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카파도키아의 봄은 들꽃 천지라고 했는데, 이제 막 시작인가보다. 올해 터키의 봄이 이상기후라서 늦게 피는 것 같았다.
여긴 또 무슨 마을이냐?
온 들판에 노란 꽃이 가득하면 장관이겠다.
아타튀르크 공항으로 오는 줄 알았는데, 새로 만든 이스탄불국제공항으로 도착했다. 아타튀르그 공항에서 메트로로 탁심에 들어가면 저렴할 거라고 좋아했는데, 이 곳에서는 공항버스만 있다. 18리라를 썼다.
다시 돌아온 탁심은 여전히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지금은 금요일 아침 10시 20분이다.
어르신은 갈라타다리로 산책가셨고, 난 방을 바꾸기 위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숙소가 꽤 마음에 들었고, 큰 캐리어를 맡겨놓고 카파도키아에 가기 위해서 이 곳에 다시 묵기로 했었다. 하지만 빈 방이 거의 없었다. 우린 할 수 없이 하루는 주방이 없는 다락방에 묵고, 이틀은 주방이 있는 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 다락방에서는 비스듬한 천정창을 통해 갈매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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