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6일 금요일
추마 파자르(금요시장) - 슐레마니예 모스크 - 위스크다르
비좁은 다락방은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뱃고동 소리도 들려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다락방에서 바뀐 방로 내려가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버지를 찾은 후에 다락방에서 내려온 소공녀가 이런 기분이었으리라.
추마파자르까지는 버스를 탔다. 이제 이스탄불에서 버스타기는 우리 동네만큼이나 익숙해졌다.
이 금요일에 서는 장은 토요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물건의 종류도 다양했다.
잠시 시장구경~~~~.
시장 안에서 불이 났는지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면 들어왔다. 상인들은 천막을 받치고 있는 지지대를 옆으로 옮기면서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소방차가 너무 크다. 일본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미니소방차의 도입이 시급해 보였다.
시장 안의 한 골목 끝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고, 도착한 소방관들이 일을 하고 있는 중에도 바로 그 옆에서는 물건을 사고 팔고 있었다. 화재는 화재, 진압은 진압, 장사는 장사였다.
이스탄불은 어디에나 사람들이 많다. 차~~~암 많다.
시장을 본 물건이 있어서 계획을 바꿔서 숙소로 돌아왔다.
"난 집에서 쉬고 있을테니까 이모만 나갔다와요."
다음 일정이 슐레마니예 모스크였는데 어르신은 모스크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다.
나 혼자서만 길을 나섰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작은 도시를 주로 다녔었기 때문에 따로 따로 다니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어르신 혼자 나가게 하기엔 이스탄불이 너무 복잡하다. 늘 둘이 붙어다녀야만 하는 여행이라 좀 지친다.
혼자 나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탁심 광장 중앙에는 터키 공화국 기념비가 있다. 늘 지나다니면서도 관심을 주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물들의 중앙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있다.
아타튀르크는 투르크의 아버지라는 뜻으로 터키가 제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에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동맹에 대항해 터키의 해방을 주도한 사람으로 그 후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터키 국민들은 아타튀르크에 대한 존경은 종교에 가까울 정도로 열성적이다. 오래 전, 알고 지내던 터키사람과 아타튀르크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박정희와는 달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진짜로 없다고 했었다.
슐레마니예 모스크는 이스탄불대학교와 붙어있다. 메트로 역에서 나가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총명하고 진지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카페와 거리를 활기차게 만들었다. 이 젊고 자유로우면서도 지적인 분위기, 딱 내 스타일의 거리이다.
슐레마니예 모스크. 이스탄불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모스크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해도 말이다. 올해, 아시아지역에 더 큰 규모의 모스크가 하나 생겼다. (그 모스크를 늘 바라보고 있는데, 가는 길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의 유명한 건축가인 시난이 만든 슐레마니예 모스크는 역사적으로나 의미적으로 여전히 이스탄불 최고의 모스크이다.
모스크 자체보다도 옆에 있는 술탄 슐레이만의 영묘가 있어서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술탄 메흐멧 2세가 콘스탄니노플을 정복한 후에 베야짓 2세, 셀림 1세로 이어진 왕조는 술탄 슐레이만 시대에 가장 번성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모스크도 가장 큰 듯.
슐레이만의 영묘 옆에는 왕비의 영묘도 있다. 더 작지만 훨씬 섬세하게 꾸며져 있다.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도 아주 좋다.
잔디밭에서 뒹굴거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나도 자리펴고 빈둥거리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어서 서둘러서 나왔다.
좁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모스크와 마주한 곳인데, 이슬람 무슨 박물관이라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열린 문 안을 기웃거리니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안내인이 잠시 들어오란다. 터키말로 해서 의사소통은 되지 않았다.
내가 들어가자 문을 닫았다. 헉!!! 이거 뭐야? 나, 잡혀가는거야?
그 사람은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데 난 무척 불안했다. 그렇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를 하면서 또한 그 자리를 빠져나오기 엄청 바쁜 척하며 서둘렀다.
중정에 있는 오래된 나무, 16세기 중반에 심어진 것이라고 하는 이 오래된 나무를 소개받고 바로 나왔다. 그 안내인이 쫌 분위기 있게 생겼으면 그냥 천천히 구경했을지도 모르겠다. ㅋㅋ
거리의 카페조차도 이 지적인 분위기는 어쩔거야.
어르신과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이 늦어버렸다. 귀가를 서둘렀다.
숙소로 돌아오니 어르신이 벌써 저녁 준비를 끝내놓으셨다. 완전 편한 가이드일인데, 먹는 것을 너무 강요받다보니 좀 지치기도 한다. 난 좀 청개구리형 인간이라서 누가 하라고 하면, 간섭받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 하기가 싫어진다.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나의 강요에 의해서 위스크다르로 일몰을 보러 갔다.
보스프러스 해협을 건너는 방법은 육해공 모두 가능하다. 비행기로 넘을 수도 있고(요건 완전 불편하지, ㅋㅋ), 보스프러스 다리를 통해 버스나 메트로로 건널 수 있고, 페리를 이용할 수도 있고, 최근에 개통된 해저터널을 통해서 이동할 수도 있다.
우린 해저터널을 이용해 봄으로써 이 모든 방법이 다 경험했다.
위스크다르에서의 일몰은 별로다. 카드쾨이가 그나마 낫다.
돌아올 때에는 야경을 보기 위해 카라쾨이행 페리를 탔고 우리가 부두에 도착한 직후에 경찰 페리가 출동을 했다. 쏜살같이.....
그리고 익숙한 야경을 보면서 숙소로 귀가. 오늘도 무리로 인한 피곤한 여행자였다.
바꾼 방은 좁은 거리를 향하고 있다. 창 아래에는 거리에 내놓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소란함이 늘 있다. 이스티크랄 거리의 노랫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집 안에 앉아있으면서도 밖에 있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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