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30일 화요일
집으로 돌아오는 날,
새벽에 잠이 깼다. 이스탄불을 떠나기엔 아쉬운 것이 있었다, 바로 에크멕.
에크멕은 터키식 바케트인데 빠리바케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고소하고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이스탄불에 오면 이걸 매일 아침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스티크랄거리에서는 에크멕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미쯔만 먹었다. 물론 시미쯔도 맛있지만... 매일 아침 산책을 한 후에 거리에서 시미쯔를 사는 어르신의 오락을 막을 수 없기도 했다.
침대에 누워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400m 떨어진 골목에 에크멕 가게가 있었다. 눈꼽도 떼지않고 갔다.
이런 이런 이런 이런, 화덕에서 금방 구운 따끈한 에크멕을 팔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르신, 집에 먼저 가시면 안될까요? 전 비행기 티켓 바꿔서 이 에크멕 좀 더 먹고 갈께요."
"그럼 나도 함께 있겠어요."
아까워라. 저렴하게 산 우리 항공권은 일정 변경이 불가한 것이었던 것이다.
늦은 오후 비행기라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어르신은 10시 미사를 보러 성당에 가셨고, 난 로비에 짐을 내려다 놓은 후에 그동안 꽤 친해진 호텔 매니저(? 정확하게는 모른다.)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스탄불의 많은 곳이 재건축이 되고 있어서 매우 활기차고 경제가 좋아보인다고 했다. 그렇지 않단다.
2년 전의 터키 경제는 최악이었단다.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나서 정세가 매우 불안했고, 각 나라에서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을 했었던 바로 그 때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유난스럽게 민감함 반응을 보였다. 그 당시 내가 본 이스탄불은 매우 우울해보였다. 겨울이라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특히 관광이 주수입원인 사프란볼루는 완전히 죽은 마을 같았었다.
지금은 2년 전 보다는 괜찮아졌지만, 그 전에 비해서는 매우 좋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특히 물가가 엄청 많이 올라서 삶이 팍팍해졌다고 한다. 우린 계산기를 놓고 우리 나라와 터키의 최저시급과 토마토 1kg 가격을 비교했는데, 최저시급은 10배 차이가 났고, 토마토 가격은 2배 차이가 났다. 우리의 삶보다 터키인들의 삶이 더 팍팍했던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뭐야?"
"정치인의 부패야." 그러면서 뭔가 설명을 잔뜩한다.
"우리도 3년 전만 해도 부패가 많았어. 시민들이 시위해서 바꿀 수 있어. 우리도 그랬거든."
"여기는 데모하면 죽어. 전에 내 친구가 페이스북에, 겨우 페이스북에 정부 비판글을 올렸는데, 좋아요를 누른 나까지도 페이스북이 정지되었었어."
우리도 그랬었는데...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난 지금의 우리 나라가 엄청 자랑스럽다. 내가 촛불 들고 만든 나라거든.
이번 달 6일부터 문을 연 이스탄불 국제공항. 새공항답게 크고, 높고, 반짝이고, 쾌적하고, 세련되었다.
우리는 매우 여유있게 도착했고, 모든 수속을 마치고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 사돈 어른은 하루 일정을 마치면 꼭 여행을 정리하신다. 갔었던 곳과 이용한 버스 번호 등을 묻고 또 물으면서 하나라도 빼놓지 않겠다는 듯이 꼼꼼하게 정리한다.
대단한 분인 것은 확실하다.
활주로가 번잡하여 우리는 한시간 정도 늦게 출발을 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지루하지 않게 비행을 했다.
"이번에 경비가 60만원 정도 남았는데, 돌려줘?"
"어. 돌려줘."
모른 척하고 갖기가 미안해서 물어봤는데 동생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걸 달란다. 치사하게.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했던 것보다는 경비가 많이 나왔다. 액수가 2만원이 넘을 정도면 카드로 팍팍 긁었는데, 은행에서 수수료를 푹푹 떼어갔다. 내가 경비를 깐깐하게 계획하고 아껴서 사용했으면 돌려주지 않았을 것인데, 부담없이 사용하고 남은 것이라 돌려주었다. 앗! 앨범 만들 비용을 빼놓지 않았다. ㅠ.ㅠ
이번으로 사돈 어른과의 여행은 끝, 앞으로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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