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잊었다. 내가 충북도립교향악단의 공연을 가지 않는 이유를.....
친구가 보내온 카톡.
[충북도립교향악단 연주회 티켓 3장 남음. 협연자 최나경, 뽀르떼 디 꽈뜨로]
협연자에 넘어가서 일행을 꾸려서 급하게 갔다.
오캐스트라 단원이 입장하고, 콘서트 마스터가 자리 정리까지 다 했다.
그 후에 사회자가 등장했다. 사회자! 바로 그거였다. 내가 도립교향악단의 공연을 거부하는 이유가.....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공연, 해설이 있는 연주회. 그것도 한 곡이 끝날때마다 나타나서, 그러면서 아무 감정없이 그냥 읽고 간다. 그게 무슨 해설이야? 기왕 해설을 하려면 공연 시작 30분 전에 미리 심도있게 하란 말이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우리 동네 도지사가 공연장에 들어올 때부터 혹시 소개를 할까봐 불안했었다.
그런데 무대로 까지 불러올릴 줄은 몰랐다, 마이크 잡고 인사를 하고, 같이 온 사람들을 소개할 줄 몰랐다, 꽃다발 증정은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까 소개한 사람들까지 무대로 불러올려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게 콘서트야, 기념식이야? 도립교향악단이 도지사 개인 소유야? 분명히 내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왜 난 그들에게 박수를 치는 상황이 연출되는 거야?
가장 문제는 도립교향악단의 연주력이다.
앞의 형식을 했더라도 음악이 기가 막혔으면 그나마 용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리는 뭉개지고, 산만하고,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각자 제 소리만 내려고 악을 쓰는 느낌이었다. 귀가 아팠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시인과 농부 첫 부분부터 연주에 자신이 없었고,
라이네케의 플륫협주곡은 뭉개지는 반주에 내가 불안했다. 최나경이 자꾸만 뒤로 돌아보면서 오캐를 바라본 것이 반주가 이상해서 그랬을 것이 틀림없다.
뽀르테 디 꽈뜨로는 클래식 연주에 맞게 마이크 치우고 했어야 했다. 우리 동네 공연장이 규모가 작다. 그 정도의 실력이면 마이크 없이 노래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았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을 시키지 말았어야 한다. 내가 뽀르테 디 꽈뜨로의 광팬인데고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마지막 곡,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 보이는 거쉬인의 파리의 미국인은 너무 산만한 연주였다. 꽝꽝 울려대기만 하면 좋은 연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치 우리 아마추어 합창단처럼.....
다 나빴던 것은 아니다. 최나경을 앵콜곡 기차경주는 숨이 딱 멎게하는 연주였고, 포르테 디 꽈뜨로의 두번째 곡, '일 리브로 델라모레'는 그나마 반주가 적은 조용한 곡이라서 좋았다.
연주회를 보고 든 생각
1. 민주당 권리당원에서 탈퇴해야겠다. 민주당 지자체장이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하다니......... 현장에서는 몹시 흥분하여 이렇게 생각했으나, 지금 차분히 생각하니 당에서 탈퇴하는 것은 이번만은 고려한다.
2. 지휘자를 음악적 해석이 분명하고 카리쓰마 있는 사람으로 영입할 필요가 있겠다. 아마도 도립교향악단 단원 하나하나는 꽤 실력이 좋을 것이다. 그 개개인으로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 낼 역량있는 지휘자가 필요하다.
3. 다시 우리동네 도립교향악단 연주회에 가면 내가 바보다.(바보라 썼지만, 미친년이라고 읽어야 한다.)
4. 내 생각은 이랬는데, 나에게 티켓을 양도해 준 친구들은 훌륭한 공연이었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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