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쌤은 멕시코에 가게되면 탁스코엘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멕시코에서 7달이나 있었던 나도 몰랐던 곳이다. 그 분의 정보력은 놀랄만 하다.
멕시코시티 남부터미널 딱스께냐에서 에스뜨레야데오로(금성) 버스를 탔다. 옆 자리에 앉은 민속공연팀 남자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까무룩 잠들기도 하면서 금방 도착했고, 그 남자가 잡아준 택시를 타고 소깔로에 도착했다.
산 위로 빼곡하게 들어선 하얀 회벽과 붉은기와지붕의 지중해식 건물들이 내 마음에 꼭 들었었는데, 소깔로에 도착해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좁은 공간에 커다란 나무 아래에 있는 정자와 벤치들, 그리고 거기를 가득 메운 사람들; 관광객, 호객하는 사람, 행상하는 사람, 음악을 연주자, 막 결혼한 신랑신부, 하객들이 뒤섞여 작은 새들이 만드는 것과 같은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은광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상점의 50%는 은세공품을 파는 곳이고, 마을 곳곳에 이런 은별들이 장식되어 있다.
참 낯익은 거리 모습이다. 바예데브라보와 산끄리스또발델라스까사스와 거의 비슷한 거리 모습이지만 분위기가 약간 차이가 있다. 바예데브라보는 좀 더 고급스럽고, 산끄리스토발델라스까사스는 더 민속적이라면 여긴 그 중간이다.
영화 '코코'에 보면 이런 장식이 나온다. 이 곳 역시 이런 종이 공작 장식이 골목을 메우고 있다.
숙소 체크인 시간이 3시다. 그 전에 골목을 한 번 돌아보고 전망이 좋은 카페에 앉았다. 맥주를 하나 주문하고 버스에서 준 칩과 마을 풍경을 안주 삼아 마셨다.
카페는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계단 위에 있었고, 내가 앉은 입구의 야외 테이블은 전망이 참 좋았다. 모든 콤비들이 이 곳을 지나가는 중심지 광장이었다. 구경하면서 어디로 가는 콤비가 있는지 확인을 했다.
점심 때가 훌쩍 지나있어서 그 자리에서 라자냐를 주문했더니, 멕시코 향이 강한 라자냐가 나왔다.
점심 먹기 전에 둘러보았던 골목의 반대쪽으로 돌아서 숙소를 찾았다.
내가 잡은 숙소는 에어비엔비였고, 아주 좁은 골목 속에 있어서 찾기가 힘든 곳이지만 숙소에서 보내준 메일만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정면에 보이는 대문 중에서 오른쪽이 나의 숙소이다. 보내준 메일에는 문 여는 방법, 방 자물쇠의 비밀번호까지 안내되어 있어서 혼자 들어가고 혼자서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찬물로 더위를 식히고 한숨 잔 후에 다시 나왔다. 골목을 돌아서 소깔로로 나왔더니 크리스토 데 딱스코로 가는 콤비가 마침 도착했다. 얼른 집어탔더니 마을 아래로, 다시 소깔로로 돌아서 산 위 마을로 올라갔다.
콤비에서 내려 산길을 걸어갈 때는 인적이 없고 외진 곳이라서 몹시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고갯마루를 올라섰을 때는 안도의 숨이 나왔다.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다들 택시를 타고 오는 모양이다.
역시 관광의 시작은 파노라마다.
파노라마 구경을 마치고 다시 내려오려니까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들이 호객을 했다. 60페소를 아끼고 8페소를 내는 콤비를 다시 탔다. 콤비를 탔다.
콤비는 급경사길을 롤러코스터처럼 달렸다. 뒷좌석에 앉았던 아이의 효과음이 진짜 롤러코스터다. 사실 낡은 콤비가 60도는 되어보이는 경사로를 내려갈 때는 나도 좀 겁이 났다.
소깔로가 내려다 보이는 타께리아로 들어갔다. 창쪽 테라스 자리는 이미 만석이어서 안쪽 자리에 앉아 타코 2개와 인디오 하나를 주문했다. 이렇게 맛없으면서 비싼 타코는 처음이다. 역시 타코는 길거리에서 먹는게 맛있다.
새우 타코는 또띠야가 무쌈이다. 별로다.
급하게 경사진 골목길을 헤메고 다녔더니 피곤이 몰려왔다. 일찌감치 하루를 마감했다.
일요일 아침. 숙소의 전망이 멋지다. 얼굴에 물만 찍어바르고 나왔다.
어제 가보지 못했던 골목을 돌았다.
집의 대문 옆에는 이렇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거의 모든 집들이 만들어 놓았다. 그래야만 이 힘든 길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쉴 수 있겠다.
폭죽 소리와 음악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다.
달리기, 아니 거의 걷기 대회다. 이 경사로는 따라 달리기는 쉽지 않겠다. 그래도 사람들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하다.
결승점은 산투아리오데오헤다 성당이다. 시상식 중이었다.
너무 멀지도 가까지도 않은 이 곳의 전망이 최고다.
브라스밴드는 계속해서 연주를 해 주었다. 잠깐 쉬는 사이에 저 정면으로 트럼펫을 부는 젊은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왔다가 내가 '아래로'라는 단어를 '위로'로 잘 못 사용했더니, 일행에게 다가가서 계속 그 이야기를 했다. 나쁜 놈.
튜바를 부는 이 어린 아이는 정말 멋지고 신나게 연주를 한다. 보기 힘든 튜바 속주도 한다. 우리 나라로 오면 꽤 괜찮은 시립교향악단에 들어갈 실력이다. '니가 멕시코시티의 오케스트라 단원보다 더 잘 연주한다,'라고 말해줬더니 엄청 좋아했다.
급한 비탈길을 이용한 이 곳의 건물은 이런 형태가 많다.
10시가 훌쩍 넘어서 어제 점심을 먹었던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 테라스로 올라갔다. 아침 세트 메뉴를 선택. 과일과 커피나 차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엔칠라다나 칠라낄레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메뉴다.
라 까사 데 라스 엔칠라다스보다 더 모양이 좋고 맛있다.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고 쁘로삐나도 좀 넉넉히 놓고 나왔다.
숙소의 체크아웃 시간이 오후 1시다. 숙소로 들어가서 땀을 씻어내고 책을 보면서 조금 쉬다가 느즈막히 나왔다. 버스를 타기까지 남은 시간은 4시간. 짐을 챙겨 메고 택시를 잡으려고 소깔로로 나갔는데, 마침 케이블카 쪽으로 가는 콤비가 왔다. 아싸, 시간이 딱딱 맞네.
케이블카가 엄청 작다. 꽤 무서워 보인다.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다.
정상으로 올라가면 이 동네에서 가장 비싼 호텔이 있다. 호텔 입구에 케이블카 모형이 있는 것으로 봐서 케이블카도 이 호텔 소유인 것 같다.
호텔에서는 산비탈의 도시를 전망할 수 있는데 수영장과 카페와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꽤 많다. 부자 냄새가 폴폴 나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속하는 그런 계층이 아닌 생각이 팍팍 났다.
까페 콘 레체를 주문했더니, 헐, 이런 볼품없는 커피가 나왔다. 후에 이 곳의 가격을 보았더니, 1인 1박에 85000원 정도 밖에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엄청 저렴했다. 내가 묵은 숙소가 35000원 정도였는데 이런 줄 알았으면 사치를 좀 할 껄 그랬다.
다시 내려와서는 약간의 오류를 범하면서 광산박물관으로 갔다. 이 곳도 역시 또다른 호텔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내가 이용한 버스회사인 에스트레야 델 오로가 여기에서 승차를 할 수도 있다. 150페소라는 좀 비싼 입장료를 냈다.
안내인이 함께 다니면서 설명을 해 준다.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듣는 척을 했다.
박물관의 출구는 호텔 정원과 연결이 되어 있고, 입장료에는 음료수 1개가 포함되어 있다. 난 맥주 한 병을 주문하고 다시 전망이 좋은 파라솔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어, 좋다.
버스 시간까지 기다리다가 나왔다.
시티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꾸에르나바까 가기 전에 교통사고로 한참 지체되고, 시티에 들어오기 전에 약간 지체되어서 예정 보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밤 늦게 다녀보지 않은 우리 동네를 믿을 수 없어서 터미널에서 쫌 비싼 안전택시를 동네는 대낮처럼 밝다.
메트로로 와도 되는데 괜히 만원이나 하는 택시를 타고 왔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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