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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공연,전시 나들이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by 그랑헤라 2020. 9. 10.

1시간의 연주 시간은 기본이고, 교향곡이 가진 기승전결 구조가 무너져서 뒤죽박죽인 것 같고, 말러의 추종자들이 너무도 심오한 철학까지 들먹여서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되는 말러의 교향곡.

우리는 이제 그런 말러의 교향곡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말러는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 경계의 인물이다. 유럽 주류사회에서 이방인이자 경계인인 유대인이고, 오스트리아에도 보헤미아에도 소속감이 없었고, 또한 낭만파 음악과 현대음악의 경계 그 어딘가에 있는 사람이다.

알코올 제조업과 선술집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폭력적이었고, 교양있는 집안의 어머니는 병약했고, 형제들 대부분은 심신이 온전치 못했거나 어려서 세상을 떠났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말러는 비관적이고 화를 잘내고 냉소적이며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무자비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단다. 결국 지휘자로서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완고함, 무자비한 완벽주의, 신경질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로 지휘대의 독재자라고 불렸단다.

 

말러 교향곡 1번 D장조 'Titan'

더 좋은 일자리를 찾고자 했고 실연의 상처에 가슴 아파하는 등 여느 청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20대 청년 말러의 심경과 고뇌가 투영된 교향곡은 1884년에 시작되어 1888년에 완성되었고, 1889년 부다페스트에서 말러의 지휘로 초연이 되었다. 결과는 개망!

길고, 곳곳에 등장하는 불협화음이 주는 불편함과 매끄럽지 못한 음과 음 사이의 연결, 민속 선율의 패러디 등 청중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음악이었단다.

 

그 후  '교향곡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음들의 시, 거인'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수정 보완을 한다.

전반부 1악장 - 끝없는 봄, 2악장 - 블루미네, 3악장 - 돛에 바람을 싣고

후반부 4악장 - 인간의 희극은 좌초, 5악장 - 지옥에서 천국으로

그러나 10년이 지나서 정식출판된 악보에는 2악장 블루미네가 빠져서 전체 4악장의 현재와 같은 교향곡으로 정리가 되었다.

 

1악장 - 자연의 소리처럼 느리고 처지게 - 처음에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봄이 오는 듯한, 아침이 오는 듯한 분위기.  뻐꾸기 소리와 같은 음들이 사용되어 생동감이 있다.

말러 가곡집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2곡 '아침 들판에 나가'의 멜로디가 주제음으로 사용되었고, 첼로의 연주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가곡의 가사가 사랑하는 여인의 결혼식 후에 아침 들판을 서성이는 노래하지 아마?

2악장 - 강한 움직임으로, 그러나 너무 빠르지 않게

말러가 어린시절 고향에서 들었던 3박자의 농민 춤곡 '렌틀러' 리듬과 선율을 사용해서 전원의 분위기와 민속적인 정서를 느끼게 한다.

3악장 - 평온하게 처짐없이

보헤이아 민요 '형제 마르틴'의 선율과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4곡 '두 개의 푸른 눈'의 멜로디가 사용된다.

'형제 마르틴'은 영어 동요 'Are You Sleeping Are You Sleeping ~~'하는 노래인데 단조로 변형되어서 장송 행진곡의 분위기로 만들었다.

4악장 - 폭풍같은 움직임으로

3악장의 어두움에서 벗어나 부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청주시향이 올해 교향악축제 곡으로 연주했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9월 정기연주회에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연이 취소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가기 위해 공부하려고 했던 우리의 계획도 잠시 보류되었고 나 혼자서 열심히 듣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