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일
카세레스를 가기로 결정했을 때
왕좌의 게임과 함께
트루히요에 대한 정보도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왕좌의 게임] 촬영지란다.
왕좌의 게임? 그게 뭐야?
어쨌거나 유명한 곳이니까
카세레스에서 45분 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니까
가보기로 했다.
10시 15분 아반사버스가 있어서
10시 15분 전에 터미널에 도착.
"트루히요 1장이요, 돌아오는 표도 주세요."
"10시 버스고 돌아오는 건 거기서 사셔."
아반사 매표소에서 샀으니까
아반사 버스 앞에서 서 있었다.
마드리드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매표소로 다시 갔다.
"마드리드 가는 버스가 트루히요 지나가요?"
"네 버스는 6번에서 타. 10시 버스"
가보니 좀 낡은 알사버스가 서 있었고
안내판에 트루히요라고 떴다.
10시에 기사가 도착했고, 나도 올라탔다.
그리고 출발했다.
승객은 꼴랑 나 한 사람.
뒤에 앉았다가 앞으로 갔다.
"여기 앉아도 돼요?"
그리고 시작된 버스기사와의 수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알아들었다는 건 안비밀.
나는 이런 광활할 풍경이 좋은데
기사님은 아무 것도 없어서 싫단다.
색이 참 예쁘다고 했더니
지금은 그런데 여름에는
모든 것이 메마르다고 한다.
여름의 스페인 벌판...그렇지.
"여기는 왜 전기줄이 많아요?'
"저기 태양광 발전 때문이야. 보기 흉하지."
"그럼 이 동네는 전기료가 좀 더 싸요?"
"여기서 만들지만 전기료는 똑같아"
정말이지 엄청난 규모의 태양전지판이
참 흉물스럽다.
"저 노란 꽃, 이름이 뭐예요?"
"그냥 꽃이야. 야생화"
야생화도 이름이 있는데, 참 너무하신다.
멀리 트루히요가 보이자 아저씨가 알려준다.
언덕 위에 솟은 탑들의 실루엣이 참 멋지다.
"저 가운데 탑에서 오른쪽 탑까지 멀어요?"
"무슨 탑? 저건 씰로야"
씰로? 사일로?
예전에 밀 생산 많이 했을 때 사용하던 것이란다.
그렇게 새로운 걸 알아가면서 트루히요에 도착.
마요르 광장
중세 역사드라마 찍기 딱 좋은 곳이다.
저 동상은 피사로, 페루의 정복자라고 써 있다.
이 동네 출신이란다.
잉카문명을 정복한 후 그 부와 명성으로
이 작은 마을에 거대한 건축을 했다는 이야기.
이 역사지구는 사람보다 황새가 주인인 듯하다.
지붕마다 첨탑마다 황새가 집을 지었다.
센트럴을 골목 골목 걸었다.
역사적 건물들이
관공서이고 학교이고 가정집이다.
야외 수업 중인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다닌다.
입장료 2유로를 내고 알카사바로 간다.
성은 아니고 그냥 요새같은 분위기다.
그 곳에서 내려다 보는 전원 풍경이 멋지다.
반대방향으로 내려오면서 골목투어
유난히 단체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꽤 시간이 걸릴 줄 알았지만
1시간 30분만에 투어 끝.
돌아갈 버스는 3시 15분.
광장에 앉아서 하염없이 황새를 구경한다.
둥지를 만들 재료를 구하러 간 녀석이
한 시간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도대체 집을 언제 완성하려고 저러나 몰라...
나는 그 사이에 커피도 한 잔 마시고
그림도 한 장 그렸는데.
점심은 관광지를 벗어난 곳,
주민들의 생활 공간에서 해결한다.
오랫만에 "오늘의 메뉴"를 주문했다.
그리고 조금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다.
트루히요 버스터미널.
세비야도, 카세레스도, 트루히요도
터미널을 외곽에 있다.
그런데 트루히요 터미널은 완전 망했다.
매표소 문도 닫혀있고 개미 한 마리 없다.
예전에 중심지에 있을 때는 이러지 않았단다.
지금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동차를 이용한다.
3시가 넘었는데도 아무도 없다.
버스가 있기는 한건지 걱정이 태산이다.
괜히 밖으로 나가 멀리 전경을 찍으며
사람들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지나가던 경찰차를 세워서 확인까지 했다.
3시 15분이 가까워 오자 한 남자가 온다.
반갑다.
여자 아이 하나가 또 온다.
반갑다.
그런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두 사람은 평온하다.
가끔 늦기도 하는데 오늘은 유난히 더 늦는단다.
이 아저씨와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아저씨 자켓 등판에 패러글라이딩 그림이 있다.
'CLUB PARAPENTE DE EXTREMADURA'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이었다.
둘이 패러 이야기하며,
패러 동영상 보며
신나게 한 시간을 보낸 후에
버스를 탔다.
탁 트인 벌판을 다시 감상하며 돌아왔다.
2박을 할까 생각했던 트루히요.
그렇게 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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