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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스페인(2015)

스페인 바야돌리드(Valladolid)에서의 석 달 - 음식

by 그랑헤라 2015. 12. 21.

2015년 9월 29일 - 2015년 12월 16일

 

바야돌리드는 철저한 현지인들의 도시이다. 이 도시에서 태어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공부하고 여기에서 직장을 찾는다고 한다. 관광객이 드물고 그 관광객도 대개는 스페인 사람들이다. 

농업이 주요 산업인데, 밀과 포도가 유명하단다. 바야돌리드 국제영화제의 트로피가 낱알이 달려있는 밀대인 것을 보면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난 낯선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적응도 무척 빠른 편이다. 여행을 가서 한식은 거의 찾지 않고, 가능하면 현지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

 

바야돌리드에서 가장 보편적인 외식은 바에서 맥주와 타파를 먹는 것이었다. 이게 식사가 될까 싶지만, 이야기도 하면서 간단하게 먹으니, 가볍게 먹을 수 있어서 괜찮았다. 간혹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입에 붙지 않는 음식 이름을 읽어가며 해석해 가며 주문한 후에 음식이 나오면 누가 가장 성공한 주문을 했는지에 대해 평들을 하곤 했었다.

 

rapido, facil, rico. 수사나 요리의 3대 원칙이다. 참 쉽게 요리를 한다. 재료도 반 정도는 손질이 되어 있는 상태를 구입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조리 방법은 주로 푹 찌는 것을 선호한다. 압력 찜솥에서 양념과 함께 푹 쪄진 닭, 쇠고기, 생선 또는 야채들의 맛은 우리 나라의 찜 요리와 거의 비슷했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요리들이었다. 

간혹 너무 간단한 샌드위치 같은 것을 저녁으로 내 놓으면 좀 난감했지만 말이다.

 

수사나 가족의 일정에 맞추어서 하루 식사를 했다. 아침으로 8시 30분에 토스트와 커피만 마시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으면 두시간 정도 후엔 어김없이 배가 고팠다. 11시 30분에 주어지는 30분간의 아침 간식시간에 어김없이 까페테리아가 가서 보카디오, 파타타 혹은 빵을 먹었다.

처음엔 나와 엘렌만 같이 먹었으나, 나중엔 보경, 다영, 안드레이아까지 해서 기본 5명은 늘 함께 간식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수업 후 2시 정도에 점심을 먹었다. 밖에서 먹으면 좀 거하게 먹게 되고, 집에서 먹으면, 수사나가 준비해 놓은 것을 혼자 차려 먹었다. 시간이 맞아서 알베르토와 함께 먹으려고 하면 그 아인 거의 점심을 먹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작은 오렌지 두 개 정도만 먹고 말았다. 

6시,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타파 한 개 정도를 간식으로 먹고, 저녁은 주로 9시 30분 정도에 집에서 먹었다. 간혹 수사나와 알베르토가 함께 나가 외식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외식은 집에서 먹을 때 보다 더 간단했다. 피자를 먹던지, 수제햄버거집에 가던지....

 

매콤한 한식이 그리울 때면 어김없이 중국식당 피칸을 찾았고, 'mas picante'를 외치며 매운 초우면을 먹었다. 처음엔 혼자 갔고, 나중엔 친구들과 함께 다니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 곳의 음식을 먹어 보는 것, 이것 또한 큰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