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0일 토요일
'아, 위대한 아빌라는 이미 죽었다. 차마 그 곳에 떠나지 못하는 그림자 만이 유령처럼 도처에 어른거린다.'
로르카가 아빌라에 갔었을 때와 지금은 완전 다르겠지.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쳐나는 지금의 아빌라를 보았다면 로르카는 이 도시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완벽하게 보전, 복원되어 있는 무라야 주변을 걸으면서 로르카와 같은 철저한 고독을 느껴보고 싶었으나, 관광객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무라야 정문으로 들어가 입장료를 끊은 후에 성벽으로 올라갔다. 5유로나 내고 들어갔는데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수사나는 무라야를 걷다가 전망 좋은 곳에서 보카디요를 먹으라고 만들어 주었는데, 사람들은 너무 많았고 그래서 적당한 곳이 없었다. 그나마 한산한 곳, 전망이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지도를 구하려고 관광안내소로 가려고 성벽에서 내려와서 조금 다니다보니, 성벽을 올라가는 또다른 입구가 있었다. 아까 구입했던 티켓으로 그냥 들어가는 것이었다. 모르고 버렸으면 큰일날 뻔 했다. 이 곳에서부터는 성곽은 한 바퀴 다 돌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쪽을 걷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서 천천히 걸었고, 걷다가 가보고 싶은 골목이 있으면 내려가서 골목을 구경하면서 다녔다.
무슨 행렬인지는 모르겠으나, 성모상을 태운 가마를 메고 가는 소박한 행렬이 성내를 가로질러 성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워낙 조용하고 작은 마을의 행사인지라 근처에 있는 관광객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 행렬로 쏟아졌다.
하늘과 어우려진 성관의 풍경이 장관이었다. 성곽 주변을 한바퀴 천천히 걸었고, 정문 쪽으로 갔을 때, 신도시를 가로질러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역에 가기 전에 피곤해서 버스 타는 곳을 물어보니, 모두들 가까우니 걸어가란다. 최소한 10분은 걸어야 하는데....
바야돌리드에서도 마드리드에서도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작은 도시 아빌라. 무라야 내부에는 재건축이 한창이었지만, 우리 나라 수준으로보면 이게 새 건물이야?라고 할 정도로 옛 것과 차이가 나지않게 보수하고 만들고 있었다. 아빌라는 계속 진화 중인 도시이다.
읽히지 않았던 로르카의 풍경과 인상이 아빌라를 다녀온 후에 좀 더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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