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31일 토요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책에서만 보던 바로 그 미술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나 스페인 최북단에 위치해 있어서 선뜻 가보기 힘든 곳이다. 연휴가 사흘이라 좀 먼 곳으로 여행을 가도 좋았기에 빌바오를 들러서 산탄데르로 가기로 했다.
내가 아는 빌바오는 그냥 공장이 많은 산업도시였는데, 이 미술관 하나로 예술 도시로 바뀌었다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내 목적은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 뿐이었다. 기차를 타고 산악지대를 넘고 넘어서 산 아래 저 멀리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고, 공장 지대를 지나 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 앞의 관광안내소에 들어가면서 혼란이 왔다. 뭐지? 관광안내소가 왜 이렇게 예술적이야? 지도를 받고 설명을 듣고, 적당한 숙소를 물어보니(그냥 물어본 거다. 혹시 하루를 묵을 수 있을지도 몰라서....) 지금은 음악제 기간이라 숙소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다. 헐, 음악제 기간이었던 것이다. 정보를 알고 왔으면 괜찮은 공연도 볼 수 있었을 텐데....
강을 따라 가면서 이 도시의 여유로움과 은근한 활기가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졌다.
내부의 전시물 보다 건물 자체가 예술인 미술관. 구겐하임. 사람의 창의력이란 어디가 끝일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건물이다. 이 설계를 보고 그래 한 번 해봐라하는 건축주도 대단한 듯. 건축주는 빌바오시겠지?
이리 저리 쏘다니며 건물 구경을 했다. 점심도 건물이 보이는 곳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건물을 보며 해결했다.
내부 전시를 볼까말까 망설였다. 사실 이 미술관의 내부 전시에 대한 평은 거의 듣지 못했고, 흔히 알고 있는 거대한 거미 마망이나, 꽃으로 만든 강아지나 풍선 느낌의 꽃봉오리(?) 등 웬만한 작품은 모두 밖에서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얼마였더라?' 좀 비싸다고 생각되는 입장료 때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그래 내 평생 여길 또 올 일이 있겠어?' 하면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다.
내부 역시 하나의 조각품이다. 철제와 유리와 흰 벽이 만들어내는 곡선은 거대하고 유려했다. 들어와보길 잘했다.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공간이었다.
Richard Serra의 The Matter of Time.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서 이 작품을 보았을 때, 아무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일단 그 규모에 압도당하고, 그 사이를 걷다보니 협곡을 지나듯 설레기도 하고, 미로를 탐험하듯 재미있기도 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가만히 휘파람을 부니, 벽 너머에서 누군가가 낮은 휘파람으로 대꾸를 해 주었다.
2층에서 작품의 전체를 조망하고 작품 사이를 걷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는 느낌을 또 달랐다. 우월한 존재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 보는 기분이 이럴까?
뻔히 알면서 사진 한 장을 몰래 찍다가 걸렸다. '쏘리.' 했지만, 히히, 흐뭇했다. 난 평소에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인데 작품이 마음에 들어와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변명을 스스로에게 변명을 했다.
여기에서 하루를 묵을까? 아직 도시 안으로는 들어가보지도 못했는데... 하지만 산탄데르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도 없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빌바오를 떠나 산탄데르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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