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6일 일요일
여행 3일 – 와까치나
민박집 주인의 살뜰한 배웅(한국 음식 생각날 때 먹으라고 라면 한 봉지를 주었다.)을 받으며 숙소를 나섰다. 페루의 시외버스 시스템은 공적시설이 아닌 느낌이다. 버스회사 소유의 터미널에서 비행기를 탈 때와 같은 수속을 밟는다. 내가 이용한 버스는 Curz del Sur라는 회사로 외국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했고,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꽤 비쌌다. 그래도 안전한다고 하니 나도 이 곳을 이용했다.
리마 도심지를 벗어나니 인도의 라다크를 가는 것처럼 황량한 길로 들어섰다.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불모의 사막과 덜컹커리는 도로와 그 주변의 남루한 살림이 그대로 나타나는 주택들. 그 사이를 최고 시설의 버스에 앉아서 이까를 향해 달렸다. 어디쯤일까? 갑자기 하늘에 가득했던 구름이 없어지고 드디어 햇빛이 나기 시작했다. 햇빛이 나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이까에서 내리자마자 택시 호객이 들어왔다. 10솔. 일반적인 가격이라 들었다.
“밤부 호스텔로 가요.”
“거긴 가장 속에 있는 곳이라 13솔 이예요.” 이 소리를 듣고 바로 내렸어야 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와까치나는 아주 작은 오아시스 마을이고 그래서 택시비를 더 받는다는 것은 옳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리지 않았고, 도착해서 요금을 지불할 때 분한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드니 판단이 빠르지 않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사막의 작은 언덕을 넘으니 TV에서만 보던 바로 그 오아시스 마을이 나타났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면서 버기카 투어 신청을 했고, 우리 나라 학생들과 인사를 하게 되었다. 세희는 나를 남미여행자들의 단톡방에 초대해 주었다. 7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남미 여행에 대한 정보를 묻고 알려주는 SNS였다.
이 곳 밤부호스텔은 꽃청춘 멤버들이 묵었던 곳이라 했다. 하긴, 그들도 나도 가장 저렴한 호스테을 찾았으니까.... 그들도 부킹닷컴을 사용했었나 보다.
4시. 버키카 투어. 커다란 딱정벌레처럼 생긴 뚜껑 없는 자동차로 사막을 누비는 투어이다. 오후 늦게 출발하여 모래 언덕을 놀이기구처럼 달리고, 더 높은 모래언던에서는 샌드보딩을 하며 놀다가 사막으로 떨어지는 일몰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와까치나의 야경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투어였다.
우리 일행들 대부분은 야경을 보는 언덕에서 투어를 마무리하고, 완전히 어두워진 후까지 야경을 감상하다가 걸어서 내려왔다. 같이 투어를 했던 세희 일행은 밤 버스로 나스까로 간다고 했다. 젊다. 대단한 체력들이다. 하지만 너무 유명한 곳만 찍으면서 다닌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뭐라 말할 수는 없다. 나도 젊었을 때는 저렇게 다녔으니까.
'여행 이야기 > 페루(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레끼파 산타까뜨리나 수도원 (0) | 2016.07.18 |
---|---|
아레끼파 시티투어 (0) | 2016.07.18 |
나스까 (0) | 2016.07.17 |
리마, 미라플로레스 (0) | 2016.07.17 |
리마, 센뜨로 이스또리꼬 (0) | 2016.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