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랫만의 서울 나들이.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니 이건 놓칠 수 없었다.
5시 30분 정도에 도착해서 이 전시회를 보고 싶었다. 그런데 안성 지나면서 고속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더니 결국은 6시가 넘어서 도착했고, 전시장엔 갈 생각도 못했다.
저녁은 죽전 휴게소에 들어가서 김밥으로 때우려고 했는데, 도저히 휴게소로 들어갈 상황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교통체증이 더 심해질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그 비싼 콘서트홀 내부에 있는 까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저녁을 해결, 후덜덜이다.
내 자리는 합창석. 저 비어있는 1층 자리는 내 경제력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자리다. 물론 이 자리도 무리가 되기는 마찬가지지만. 바로 앞 1열에 브리앙 부부가 다정히 앉아있다. ㅎㅎ
러시아 작곡가의, 러시아 오캐의, 러시아 연주자의, 러시아 지휘자에 의한 공연이었다.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 게르기예프는 성큼성큼 걸어나와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마자, 딴딴딴 딴딴딴 따안~~, 숨도 쉬지 않고 시작을 했다. 쫓기듯이 엄청 바쁘게 그래서 음악도 빠르게~~~. 이게 몰아치면 엄청 폭발력이 있어야 되는데 이상하게 어제는 그냥 밍밍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 데니스 마주예프?? 클래식을 깊게 듣지 않는 나로서는 당연히 처음 듣는 연주자다. 작지만 낮은 음으로 쿵, 쾅, 거리다가 점점 힘차게 쿵! 쾅! 거리는 피아노 솔로로 시작하는 첫 부분부터 '아, 범상치않은 연주자다.'를 바로 깨닫게 했다. 러시아 연주자들은 웬만하면 힘이 좋은 것 같다. 베레조프도 그렇고, 스레텐스키 성가대 사람들도 그렇고.... (그러니 여기에 섬세함까지 갖춘 키신이야말로 명불허전)
무겁우면서도 명쾌한 연주였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여 옆 사람의 프로그램북을 빌려서 봤다. 차이코프스키 콩쿨? 쇼팽 콩쿨이었나? 어쨌거나 둘 중 하나의 우승자였고, 합창석에서 본 걸음걸이와 뒷모습은 어려보였으나 꽤 나이가 많았다.
앵콜곡으로 페르퀸트 모음곡 중에서 산 속 마왕의 궁전에서를 연주했는데, 진짜 마왕처럼 그렇게 휘리릭 연주하고 휘리릭 떠나갔다. 브라보!!!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 이건 지금까지의 연주 중 최고의 5번이 아닐까한다. 합창석이어서 그랬을까? 클라리네플륫 소리도 엄청 아름답게 들리고, 심벌의 절도있는 연주도 멋졌다. 특히 그토록 걱정없고 시원한 금관소리라니.
협주곡 연주 중에는 잡담이 끊임이 없던 2바이올린 맨 뒷자리 두 연주자도 엄청 열심히 하더라.
앵콜곡은 제목을 몰랐다. 현악으로만 섬세하게 한참을 연주하던 음악이 점점 목관으로 금관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더니 팀파니와 심벌까지 동원된 클라이막스를 지나서 다시 현으로 밀도있게 마무리하는 완전 멋진 곡!!! 나와서 말러 까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로엔그린 1막 전주곡이란다. 이 곡을 듣고 척 알아듣는 말러카페 사람들도 대단한 듯.
집으로 달려? 아니 날아오는 길. 왠지 섭섭하여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
올해는 이것으로 공연 관람을 멋지게 끝냈어야 했는데, 대전시향의 합창 공연의 괜히 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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