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많이 불편했다.
그 당시 대학 4학년이던 나는 세상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시골 구석에 있는 우리 학교에서도 한 나절 잠시 매캐한 최류탄 냄새가 났었으나, 그 시간에 조차도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졸업발표회 준비로 꽤나 바쁜 척 살고 있었던 것 같다.........그럼 나 왜 이렇게 사회의 긍정적인 면한 보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래서 피 흘리며 만들어낸 이 사회에 그냥 숟가락만 얻고 살아하는 내 모습에 소외감을 느꼈고, 부끄러웠다.
주인공이 없으나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다. 김윤석이라는 배우가 중심을 잡고 있지만(악역이라는 아이러니...), 하정우도, 유해진도, 김태리도, 박희순도, 이희준도 딱히 주인공이라고 할 수 없다. 포스터에는 이름도 없는 강동원도, 여진구도, 설경구도, 최광일도, 조우진도, 오달수도, 오창석도 모두 주연처럼 느껴지는 그런 묘한 영화다. 조우진은 딱 그 역할에 맞는 사람처럼 그렇게 거기에 서 있어서 알아채지 못했다.
신파가 없어서 좋았다.
질질 눈물 짜는 그런 것이 없어서 깔끔했다. 이틀 전에 신의 도시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저건 뭐냐?' 하면 엄청 어색했다. 나는 하나도 안슬픈데, 아니 짜증이 잔뜩인데, 화면 속 배우들은 모두 울고 있었다. 신 조차도....
영화가 아니라 기록이란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 이 시대를 살았고, 직접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하는 말로는 거의 사실과 같단다. 그래서 영화가 더 절실했나보다.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가 역사실록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가장 좋은 점은 영화적 완성도이다. 쓸데없는 장면 하나 없고, 허투루 찍은 씬이 하나 없다. ㅎㅎ 옛날 잡지가 쫌 튀기는 했지만 그건 옥의 티니까....
미안한 마음을 안고 한 번 더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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