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7일 금요일 날씨 - 흐림. 수멜라는 시원, 트라브존은 따가움.
여행의 마직막 날이다. 저녁에 트라브존 공항에서 쉽게 씻을 수 있도록, 그리고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옷을 쉽게 갈아 입을 수 있도록 짐 정리를 꼼꼼하게 했다. 그리고 로비에 짐을 맡긴 후에 버스를 기다렸다.
수멜라수도원으로 가는 미니버스는 제 시간에 도착했고, 바로 트라브존 시내를 빠져 나갔다. 이미 아이델과 우준굘을 다녀왔기에 수멜라로 가는 첩첩산중 깊은 계속은 평범했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동물이다. 처음 봤다면 카메라를 들이대고 열심히 셔터를 눌렀겠지만 난 졸면서 올라갔다.
미니버스는 수멜라 입구까지 데려다 주는 것 같았다. 계곡 물소리가 멋진데 차로 이동하자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난 여기서부터 걸어갈께요." 멀리 보이는 수도원을 찍으라고 내려준 곳에서 나와 한 젊은이는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두들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리더니 함께 걷게 되었다. 좀 일찍부터 걸을껄.
나와 함께 걷기 시작한 이 낭만적으로 생긴 젊은이는 밀라노에서 왔다고 했다. 오늘이 우리 휴가의 마지막 날이라는 공통점 하나 가지고도 마음이 통하는 듯 했다. 여행을 하다가 만나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은 참 편하다. 서유럽에서 오는 사람들 보다는 영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천천히 배려하면서 말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수멜라....왜 아무런 감동이 없는거지? 좋은 것을 너무 많이 봤나보다.
수멜라 미니버스 멤버 중에 동양인이 셋이었다. 남자는 분명 일본인인데 여자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일본 남자와 대화가 없는 걸로 봐서 한국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인 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물어보니...역시나....오랫만에 우리말을 실컷 했다. 요래 요래 말이 많으면 안되는데.....
최**. IT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 중이란다. 우리 나라 사람이 자유여행을 하는 부류는 딱 세 가지 경우이다. 학생이거나 선생이거나 직장을 막 그만둔 사람이거나..... 컴퓨터와 관련된 일은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단다.그래서 그 사이에 여행을 많이 다닌단다. 이해가 간다.
어쨌거나, 이 친구는 중국부터 시작해서 러시아로 동유럽으로 터키로 4개월째 다니고 있단다. 1년을 계획하고 집을 나섰는데 마직막으로 갈 곳이 아프리카란다. 와...멋지고 부럽다.
트라브존으로 돌아와서 함께 늦은 점심을 거나하게 차려먹고, 맥도널드로 가서 아메리카노 커피도 마셨다. 좋은 여행을 하라고 내가 팍팍 쐈다. 돈 벌어서 좋은 점이 내가 사고 싶을 때 부담없이 살 수 있다는 거다.
숙소 바로 앞에서 공항으로 가는 돌무쉬를 탔다. 처음 계획으로는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면서 보니까 호텔 앞으로 공항이라고 씌여진 돌무쉬가 엄청 많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돌무쉬는 6차선인가? 8차선인가하는 대로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그것도 공항 반대편 6차선 도로에서.....그리고는 엄청나게 높은 육교를 건너서 공항으로 가란다.
연약한 나에게 그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라니....그렇게는 할 수 없는거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택시를 탔다.
오는 돌무쉬는 잡아탔다. 공항을 지나쳐서 달리다가 횡단보도가 있는 곳에서 세웠다. 가방을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서 다시 돌무쉬는 잡아탔다. 그리고는 공항으로 내려가는 입구에서 세웠다.
ㅋㅋ. 이런 생각은 잔머리대왕인 나만이 할 수 있는 거다. 공항의 젤 구석진 화장실로 가서 세수하고, 물수건으로 팔 다리의 땀을 대충 닦아냈다.
흑해와 나란히 있는 트라브존 공항의 전망을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그 멋진 전망을 구경하라고 창가에 의자를 배치한 공항측의 배려가 참 아름답다.
7시 30분. 내가 타고 갈 터키 항공의 비행기가 공항으로 들어왔고, 이스탄불을 향해 날아갔다. 이스탄불 공항의 국내선에 도착하자마자 숨도 못쉬고 국제선으로 이동했고, 바로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도착했던 첫 날에 국제선과 국내선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예습을 한 덕분에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오래된 글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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