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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북수다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by 그랑헤라 2018. 9. 26.

 

'바람을 거슬러 나는 새들에게' 라고 속지에 쓰고 글을 시작한다. 

장자는 '큰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고 했지만, 유시민은 '바람을 거슬러 나는 새들'이라고 표현했다. 비록 큰 새는 아닐지라도, 자신을 바로 알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바꾸려는 작은 노력을 하는 평범한 새들, 즉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책이라는 것이라 믿는다.


가장 대중적인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유시민 작가가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썼는데, 우리 역사와 작가 자신의 생각을 적은 것은 아니다. 물론 후반부에 우리 역사의 예를 들기도 하고, 작가의 견해를 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학문적 접근을 많이 한다. 


책은 전체 9장으로 나뉘어져있다.

1장 : 국가란 무엇인가 1 - 합법적 폭력

2장 : 국가란 무엇인가 2 - 공공재 공급자

3장 : 국가란 무엇인가 3 -계급지배의 도구

4장 :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5장 : 애국심은 고귀한 감정인가

6장 : 혁명이냐 개량이냐

7장 : 진보정치란 무엇인가

8장 : 국가의 도덕적 이상은 무엇인가

9장 : 정치인은 어떤 도덕법을 따라야 하는가

그리고 맺음말, 훌륭한 국가를 생각한다

이렇게 나뉘어져있다.


작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아니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읽고 싶었던 내용은 결국 서문과 맺음말에서 나온다. 


서문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소개한다.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맺음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정의를 실현할 능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혼자 힘으로 훌륭한 국가를 만들지는 못한다.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이다. 어떤 시민인가? 자신이 민주공화국 주줜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대통령이 된 것과 똑같은 무게의 자부심을 느끼는 시민이다. 주권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이며 어떤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잘 아는 시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지면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행동할 줄 아는 시민이다. 그런 시민이라야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국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를, 훌륭한 국가를 만들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노무현대통령과의 사상이 일치되는 부분이 많다. 아마도 노무현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가 유시민 작가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9장에서 박근혜 정부까지의 우리 나라 보수의 대단한 위력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철옹성 같았던 극우보수가 지금은 쪼그라졌고, 언론만 잘 정리하면 아예 사라지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런 아이러니한 현실이라니....

이 책은 박근혜 탄핵 후, 대선이 있기 전에 씌여진 책이다. 이 때에는 유시민 작가도 이런 세상이 올 것 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유시민의 글 속에서 정치 사회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진보지식인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그래도 세상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무지한 시민을 깨우쳐 보겠다고 국가와 민주주의에 관한 원론부터 하나하나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굳은 의지가 보인다. 결국 유작가님도 힘든 현실을 거슬러 나는 새인 것이지.


이 책 속에는 나를 아프게 하는 구절이 있다. 정치는 결과로 책임지는 일이라고 한 베버가 한 말이라지?

열정은 대의에 헌신하는 태도이다. 이것은 지적 흥미를 느끼는 일에 낭만적으로 몰두하는 '비창조적 흥분 상태'와 구별해야 한다. 부끄럽다. 난 늘 '비창조적 흥분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