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2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천명관의 이야기는 한 번 잡으면 그 자리에서 끝낼 수 밖에 없다. 웬만해서는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고래도 그랬고, 이 책, 고령화 가족도 손에 잡기가 어려웠지, 일단 잡으니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짧은 생각들을 정리하자면
1. 세로쓰기로 출판된 헤밍웨이 전집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작가는 끊임없이 헤밍웨이의 삶과 작품을 인용하고, 그 전집을 다시 밖으로 내놓으면서 이야기가 정리된다. 천명관은 헤밍웨이를 꽤나 좋아하는가보다.
2. '아내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고 싶지 않다.'라는 말이 종종 나온다. 결국 그는 아내에 대해서 다 말해버렸다.
3. 헤밍웨이 뿐 아니라, 꽤 많은 영화 감독과 제목과 배우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영화 관련 작업을 많이 했던 작가이니 그렇겠지.
비틸리 카넵스키, 빠뜨리스 르꽁뜨 등등....재미있게 읽은 책 속에 있는 또 다른 책, 혹은 영화, 혹은 음악이 나오면 보고 듣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영화를 그렇지 않다. 제목으로만으로도 내가 소화하기 힘든 영화라는 표시가 팍팍 난다.
4.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다.
우리는 모두 실패의 낙인을 간직하고 있었고, 과거에 발목 잡혀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다들 속으론 자기만의 병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는 법이다.
5. 작가의 웃음 코드. 도대체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삶인데 그 속에 웃음이 있다.
민경의 피자를 뺏어 먹는 장면에서의 마지막 추임새, '예스!' 이건 작가의 글을 읽는다기 보다는....뭐랄까....시트콤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오함마를 만나러 갈 계획이다. 하지만, 그 곳이 어디인지 말해줄 수 없다. 혹시 약장수 부하 가운데 누군가가 이 책을 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ㅋㅋ
작가 후기에 박민규가 천명관에게 한 말이 내 마음으로 슬며시 들어왔다.
'형, 우리 외롭지 말고 우울하지 말아요, 그러면 다 되는 거예요.'
-------태풍 콩레이로 비가 사방으로 온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지 사흘 만에 누군가가 예약했다고 메시지가 왔다. 빨리 반납하려고 읽었는데 이 바람과 비를 뚫고 도서관에 가야하는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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