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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북수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by 그랑헤라 2019. 4. 13.

저  자 : 신형철

출판사 : 한겨레출판

출판연도 : 2018년 9월 22일



햇볕 좋은 봄날이다. 잔디보다 잡초가 더 많은 마당, 풀을 뽑아야 하는데 책을 보고 있다. 




1. 슬픔에 대한 공부(슬픔)

2. 삶이 진실에 베일 때(소설)

3. 그래도 우리의 나날(사회)

4. 시는 없으면 안 되는가(시)

5. 넙치의 온전함에 대하여(문화)

어렵지 않고 길지 않게 쓰여졌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책이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도중에 마당을 걷기도 하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고, 창 밖의 봄을 찍기도 하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촬영하기도 했다. 알폰소 쿠아론처럼.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나오는 사람이 있다. 

만난 직후에는 향기가 있는 줄 모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나오고, 나를 감싸고 있는 공기 속으로도 스며들게 되는 그런 사람이 있다. 신형철이 그런 사람일 것 같다.(신형철은 절대 직접 만나면 안될 것 같다. 글이 참 좋았지만, 강연회 같은 곳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게 되면 실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끝까지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자.


그의 글에는 편안함이 있다. 그런데 안정적인 편안함이 아니다. 분노와 고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상을 달관했다는 듯이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아니면서도 단단한 편안함이 있다. 단단한 편안함? 말이 좀 이상한데, 그런 편안함이 있는 작가다. 76년생 젊은이인데도 말이다.


1부의 슬픔을 주제로 쓴 글에서 이 책의 제목을 가져왔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제목만 들었을 때에는 감성적인 에세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평론이다. 그 중에서 슬픔에 대한 글을 모아서 1부를 꾸몄고, 인상적이었다.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데 그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배울 수는 없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정!


나에게는 3부, 공적 슬픔을 다른 부분이 제일 와닿았다. 지난 두 정권의 10년 동안에 있었던 많은 사회적인 재난과 문제들에 대해서 나 역시 그시대를 살아냈기에 함께 분노하고 아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사회 문제에 참여하지 않고, 분노만 하는 내가 부끄러울 때가 많다. 


신형철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