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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터키 (2019)

여행의 이유

by 그랑헤라 2019. 4. 15.

2019년 4월 14일 일요일


어릴 적, 많은 형제들 중에 난 유난히 아버지가 방 안에 걸어주었던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며 호기심을 키웠던 것 같다.  88올림픽 이후에 여행 제재가 풀리면서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나도 자연스럽게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나는 여행 경비를 마련할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었고, 그게 마침, 여름 겨울 방학이라는 멋진 선물이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들 보다는 더 여행을 하는데 최적화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 해결해 나가는 정도였는데, 나의 여행 경험이 아이들에게도 한줄기 바람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내가 했던 멍청한 실수담들은 아이들에겐 즐거움이었고, 그 경험은 동경이었다.

여행은 나에게 쓸모있는 오락이었고, 생활 속에서 쌓였던 갈등들을 털어버리고 에너지를 받아오는 활력소였다.


였다.... 과거형이다.

최근에는 여행의 목적도 흥미도 잃어버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짐 싸는 일도 줄었다.


동생의 시어머니는 세상에 대한 동경이 많은 분이다. 그래서 동생은 생활하는 것에 조금 여유가 생긴 지금 시어머니에게 여행을 선물한다. 쫌 착한 며느리다.

문제는 사돈어른이 다리가 좋지않아서 패키지 여행을 따라 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게된 가이드 여행이다.



여행 사흘 전, 방 한구석에 캐리어를 꺼내놓고 생각나는대로 짐을 던져넣기 시작했다.



여행 전 날 저녁, 아무리 집어넣어도 가방이 채워지지 않았다. 분명히 빼 놓은 것이 없는 거 같은데 이 헐렁함은 뭐지?



냉장고는 일주일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정리하기 시작했고, 배추전을 마지막으로 냉장고를 싹 비웠다. ㅎㅎ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여행에 대한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특히 단체로 여행을 떠나는 중년들은 나름의 친밀함과 여행에 대한 기대로 여기 저기에서 소란을 만들어낸다. 예전엔 그게 좋게 보이지 않았는데 나이가 든 지금은 이해가 된다.




출국 게이트 유리 너머로 입국하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이 보인다.



인천 - 이스탄불 12시간 비행.

내 생애 중에서 가장 지루한 비행이었다.  소화가 잘 안되었고, 머리가 조금 아팠고, 준비한 책은 어려웠고, 앞의 아저씨가 좌석을 뒤로 눕혀서, 정도 이상 눕혀서 내 자리가 엄청 답답해졌다. 나도 편하게 눕히고 싶은데 뒷사람 생각해서 꽂꽂하게 앉아있는거라구요!!

내가 탔던 아시아나 비행기는 꼬진 것이라서 좌석을 뒤로 젖히면 뒷사람이 피해를 보게된다. 언젠가 탔던 비행기는 (어느 항공사였더라....) 좌석을 눕히면 그 좌석이 앞으로 나가면서 눕혀지는 방식이었다. 그게 참 좋았었는데, 아시아나는 언제 바뀌나?



아시아나 항공은  이번 달 6일부터 아타튀르크 공항이 아닌 새로 생긴 이스탄불 국제공항으로 들어간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뻥뻥 뚫려서 좋아했는데....



아직 도로 공사는 마무리가 조금 덜 되어서 시내 가까이에 와서는 역시 유명한 이스탄불 교통체증을 체험했다.


2년만에 다시 온 이스탄불. 이스티크랄 거리는 여전히 활기찼고, 사람들은 여전히 친절하고, 식당에서는 과도한 주문 권유도 여전했다.


월요일 아침, 7:30.

호기심 많은 나의 고객님은 아침 산책 겸 빵을 사러 나가셨고, 게으른 가이드는 커피 마시면서, 뉴스공장을 다시보기 하면서, 여행계획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