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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스페인(2024)

[말라가] 말라가 인상

by 그랑헤라 2024. 4. 16.

2024년 2월 3일

어느 왕국에 공주가 두 명 있었어. 첫째는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들 대화의 중심이 되었고, 평범함 둘째 공주는 늘 뒤에서 조용히 있었지. 큰 파티가 열린 날, 초대받은 이웃나라의 왕자들은 첫째 공주의 외모에 매료되어 모두 그 주변에서 대화를 하고자 했어. 그런데 첫째 공주는 외모말고 다른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지. 대화를 할수록 지루해진 왕자들의 점점 둘째 공주에게 모여들었어. 박학다식하고 현명한 둘째 공주와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즐거웠거든.

말라가는 둘째 공주와 같은 도시다. 도착한 후 이틀을 묵었던 호텔의 카페테리아에서 보면 단순한 사각형의 건물들이 마치 급조한 영화세트와 같은 분위기였다. 버스 터미널이 있는 그 지역은 새로 조성된 구역인지 건물들이 건축미니 뭐 이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매우 실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구시가는 다르다.

낮은 언덕 위에는 도시를 품고 있는 멋진 산성이 있고, 대성당도 있고(입장료가 있어서 아직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피카소 미술관도 있고, 거리마다 노천카페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구시가와 연결된 항구에는 대형 크루즈배가 2대나 정박해 있으며, 멋진 범선도 사용감이 있는 침낭을 주~욱 널어 말리면서 다음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거리는 마치 잘 가꾼 식물원 같다. 우리 나라에서는 식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진분홍 부겐베리아와 아열대 나무와 새들이 가로수이고 텃새(?)이다.

말라가는 만만하게 느껴진다. 낯선 외모, 낯선 언어지만 화려함이나 세련됨과는 담을 쌓은 듯한 사람들이 형제애를 느끼게 한다. 합리적인 물가가 더욱 그런 기분을 들게 한다.

 
 
 
 

배 부르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빠에야와 맥주 한 잔 - 17유로.

둘이 먹기에 딱 좋은 양의 생선 올리브오일찜과 맥주 한 잔 - 23유로.

크로와상 2, 리오하 백포도주, 달걀 12, 쿰쿰하고 씁쓸한 치즈100g, 샐러드용 혼합야채, 아보카도 2(아보카도는 여기도 비싸다. 2개가 4.8유로), 토마토 3, 그릭 요거트가 합계로 20.68 유로, 3만원이 조금 안되는 금액.

내가 살기 딱 좋은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