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6일
나이가 들어서 여행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말라게따 : 말라가 해변을 부르는 말. 벌써 수영하는 사람도 있다.
첫째, 시차 적응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시차적응이란 말은 없었다. 머리만 닿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잠들어 버리는 장점(?)이 있기도 하고, 비행기를 탈 때부터 여행지의 시간에 맞춰서 자거나 깨어있다가 도착하면서 현지 리듬에 쉽게 적응했다.
하지만 이번엔 완전히 실패다. 나는 우리 나라 시간으로 자정, 여기 시간으로 오후 4시 정도만 되면 졸음이 쏟아져서 잠시 소파에 누워있다가 서너 시간을 잠들어 버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면의 시간....매일 반복되고 있다.
저건 내 문어다리가 아니다.
둘째, 호기심 상실이다. 호기심 덩어리였던 내가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말라가 정도 규모의 도시는 구석구석 다 훑어보았을 테지만 지금은 의무감으로 한 군데만 보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리고 핑계를 댄다. "아직 많은 날이 남았어."
센트럴에서 보는 로마극장과 그 너머 알카사바
셋째, '아픈 다리'다. 조금만 많이 걸었다 싶으면 발목 위에 약하지만 통증이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부위다. 8000보 정도 걸으면 통증이 시작된다.
알카사바 전망대 오르기 전에 보는 도시
넷째. 동행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학원에 다니면 또래의 친구를 만들어서 같이 밥도 먹고, 낮 시간에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 지난 금요일에 수강료도 내고 분위기도 살필 겸 어학원을 방문했을 때 포르투갈어로 말하는 내 또래 여자가 있어서 기뻤다... 그런데 오늘은 안보였다.
오늘 첫 수업의 동료는 4명 모두 20대들이다. 20대 아이들이 나를 끼워줄 리 없다. 더구나 스위스나 독일에서 온 여자 아이들은 '한류나 BTS'가 잘 통하지 않는다. 일단 이번 주는 포기다. 여기 어학원들의 교육과정은 주 단위로 되어 있으니, 다음 주에나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알카사바 전망대에서 보는 도심. 높은 탑은 입장료가 있어서 방문하지 않을 대성당이다.
나는 마지막 여행 이후 4살이 더 먹었고,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역시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여행 이야기 > 스페인(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라가] 박물관 관람 1. 카르멘 티센 말라가 미술관 (0) | 2024.04.16 |
---|---|
[말라가] 나의 스페인 식탁 2 (1) | 2024.04.16 |
[말라가] 나의 스페인 식탁 (0) | 2024.04.16 |
[말라가] 말라가FC 직관 (0) | 2024.04.16 |
[말라가] 말라가 최고의 관광명소 (0) | 2024.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