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일
이틀전에 만났던 패러아저씨는 엑스트레마두라에서는 버스가 기차보다 유용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일정은 트루히요에서 마드리드까지 아반사버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버스정류장에서 숙소까지 이동이 번잡해서 기차를 이용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예약해놓은 숙소가 아토차역 근처이기 때문이었다.
카세레스 기차역은 완전히 새 건물이다. 기차 운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철도회사도 렌페만 있고 직원도 몇 명 없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꽤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승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다. 정말 인기가 없는 기차 노선인가보다 했다.

왠걸, 열차가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대합실은 제법 북적였다. 역의 내부나 외부가 우리 동네 오근장역이랑 거의 비슷하다.
기차는 바다호스에서 오는 노선인데, 아마도 이 기차의 출발역은 리스본일 것이다. 내 옆에 앉은 남자가 포르투갈어 비슷한 걸 사용하는 걸로 봐서 확실해 보였다. 내 자리는 또 통로쪽. 밖에 경치도 볼 수 없고, 기차내에서 와이파이는 되지만, 자리에 콘센트가 없어서 충전도 못하니 핸드폰도 노트북도 사용할 수 없다. 그렇게 지루하게 이동을 했다.

기차 안에서 계속 불안했다. 이 기차의 종착역은 아토차가 아닌 차마르틴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차마르틴역이 어디있는 거야? 인터넷을 뒤져보니 차마르틴역에서 내려 아토차역으로 연결되는 C노선을 바꿔타면 된단다. 렌페 이용객은 티켓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어떤 블로그에 써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 블로거들도 우왕좌왕했던 것 같았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몰랐다. 기차는 12시 50분에 도착 예정이고 숙소는 3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니까 그럭저럭 시간을 맞출 수 있겠다 싶었다.
마드리드에 가까워 오면서 사람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가만히 보니 평온하게 앉아있는 사람들도 좀 있었다.
"이번 역이 종점이예요?"
옆에 아저씨에게 물으니 자기도 모른단다.
"나는 아토차까지 갈 건데..."
아저씨도 아토차까지 간단다.
통로 건너 뒤에서 내릴 준비를 하지 않는 승객에게 물었다.
"여기가 종점이예요?"
"아니야, 여기 아토차야, 아토차"
그렇게 기차는 예정시간에 정확히 맞춰서 아토차역에 도착했다. 카세레스의 패러아저씨가 말한 느리고, 시위 때문에 연착도 많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혹은 나는 운이 좋았던 것으로 한다.

알고보니, 차마르틴역은 마드리드 북쪽에 있고, 아토차역은 남쪽에 있어서 남서쪽에서 올라가는 기차는 아토차에 들러서 차마르틴을 가는 거였다. 그 브로거들은 북쪽의 세고비야에서 도착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일이 수월해져서 다행있었다.
아토차역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는 소박해서 기세에 눌리지도 않았다. 역 안과 주변에는 사람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역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모든 레스토랑이나 바에 사람들이 가득차 있어서 좀 한산한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나는 가볍게 맥주 한 잔과 스페인식 미트볼인 알본디가스(albóndigas)를 주문했다. 천천히 먹으려고 했는데, 동전을 달라는 사람들이 자꾸 와서 그러지도 못했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역 밖으로 나갔을 때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예약한 호텔로 갔는데 일찍 도착한 손님들에게도 엄청 친절하게 체크인을 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료 커피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마드리는 모든 것이 다 큼직하다. 건물도 크고 도로도 넓고(아직은 역주변) 공원도 크고, 맥도널, 버거킹, 파파이스, 스타벅스, 빕스, KFC 등 온갖 프랜차이즈는 다 있고 성업중이다. 세비야 맥도널에서 세트메뉴 먹어보고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했는데, 여기는 다른지 은근 궁금해진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기온도 10도 안팎이다. 춥다. 말라가의 따뜻한 햇살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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