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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스페인(2024)

[여행 후] 스페인 그 후

by 그랑헤라 2024. 4. 23.

잘 자고 잘 먹는, 잘 싸지는 못하지만, 나는 여행에 최적화된 사람이라고 늘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몇 가지 상황이 생겼고 그 모든 일은 [내가 더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한다.

1. 말라가에 도착해서 적응하는데 일주일이 걸린 것처럼 집에 돌아와서 일주일 동안 깨어있으나 멍한, 잠을 자나 잠들지 않은 것 같은 상태가 일주일 정도 지속되었다. 저녁 시간에 도착하는 걸 염두에 두고 비행기 안에서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왔는데도 그랬다. 주변에서 말한다. "그게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지."

2. 돌아오는 날 마드리드 공항에서 내가 묵었던 숙소 중의 하나로부터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너는 숙박요금을 결재하지 않고 떠났다. 빨리 해결하라]

[나는 지금 공항인데 여기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돌아가서 확인 후 처리하겠다.]

메시지 피싱인 줄 알았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있을 때 부킹닷컴에서 직접 메시지가 왔다.

[너는 숙소 이용 약관을 준수하지 않았다. 숙박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숙소를 떠났으며 현재 **가 미납되어 있다. 가능한 빨리 결제해야 한다.]

집에 온 날 밤 카드내역을 확인했더니, 정말로 요금이 지불되지 않았다.

바로 연락을 하고, 내가 직접 송금해주기까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000원 한 장이라도 해외송금이 이렇게 어려운데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으려면 얼마나 부지런해야 하는거란 말인가?

이 일은 여행을 끝나가면서 귀찮니즘이 폭발했을 당시, 숙소 예약을 하면서 뜬 메시지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았으니 숙소에 연락해라]라는 걸 바로 처리하지 않고 미뤘다가 잊어버렸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아파트는 비대면으로 입실과 퇴실이 되니 발생한 사건.

여행을 하면서 점점 이런 일처리가 귀찮다. 이것도 나이가 먹었다는 걸 말해주는 일.

3. 스페인에 있는 동안 먹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리는 음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라면도 있었고, 직접 해먹었으니까 밥이나 김치가 생각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평소에도 김치를 잘 먹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한 그 날 저녁부터 매일 한 끼는 김치덮밥이다. 세상에, 김치가 이렇게 맛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