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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스페인(2015)

마드리드 - 뮤지컬 라이언 킹

by 그랑헤라 2015. 12. 23.

2105년 10월 27일 금요일


7, 8년 전에 서울에서도 뮤지컬 '라이언 킹'을 공연한 적이 있었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린 공연이 되었는데, 내가 근무하던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당시, 지자체와 교육청의 지원으로 운영되었던 문화예술프로그램의 하나로 이 공연에 다녀왔었다. 

이 공연을 보고 온 아이들이 반응을 잊을 수 없다. 다음 날 아이들이 써 낸 체험학습 보고서는 용지가 부족하다면 한 장씩 더 붙여 낸 것들이 많았었다. 

나에게도 이 공연은 최고의 공연이었고, 서울에서 막을 내려 아쉬웠었다. 2년 전 마드리드에 갔을 때, 공연이 있었으나, 짧은 일정으로 현장 티켓을 구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라이언 킹 공연은 계속되고 있었고, 미리 표를 예매해 두었다. 


오전 수업만을 마치고 마드리드로 갔다. 다른 관광지를 볼 시간도, 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공연장 근처에 있는 스페인광장만 돌아보았다. 돈키호테와 산쵸 판사의 동상은 여전히 세르반테테스의 앞에 당당하게 서 있었고, 관광객들은 그 사이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몽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바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예전 여행 당시 매일 가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기다렸다. 



공연장은 커다란 간판이 없었으면 공연장인 줄도 모를 정도로 평범했다. 하지만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좁은 공연장 로비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은 밖에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페인어로 공연됨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담이 없었다. 단지 자주 있는 코믹한 대사 부분에서 난 전혀 웃을 수 없었다는 아픈 사실이 있다.

라이언 킹은 내용은 만화영화랑 똑같다. 음악도 엘튼 죤의 곡이라 만화영화 주제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뮤지컬의 백미는 가면 장치이다. 서 있으면 머리 위로 올라가서 배우들의 얼굴이 보이고, 싸우는 장면에서 몸을 약간 전투적으로 내밀면 가면이 앞으로 쑤욱 나온다. 또한 배우들의 동작이 실제 동물들의 동작을 고대로 표현한다는 것도 멋지다. 이건 설명으로 안되고 직접 봐야되는 거다.  




이 공연은 보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옆에 앉았던 할머니들, 연신 환타스티코를 외치는 히로나에서 오신 같은 동네 할머니들과 내가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에 연신 수다를 떨었다는 것이다. 물론 매끄럽지는 않았으나, 라이언 킹이라는 같은 주제로 할 이야기는 다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말 한 마디도 못했던 내가 스페인에 온 지 겨우 두 달만에 놀랄만한 성과를 보인 것이다. 


복잡한 마드리드 메트로에서 약간 길을 잃고 헤멘 후에 10시 버스를 탔고, 자정이 훨씬 넘어서 바야돌리드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