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0일 일요일
왜 마추픽추가 내 여행의 종착지로 생각했을까?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을까?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마추픽추는 내 여행의 로망이었다.
드디어 그 마추픽추를 가는 날.
5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고양이 세수를 한 후에 배낭을 숙소에 맡기고 최소한 가볍게 아직도 어둠에 가라앉아 있는 거리로 나갔다. 조금 내려가니 헐! 마추픽추행 버스를 타기 위한 줄이 우리 숙소 근처까지 늘어져 있었다. 혹시나 해서 확인을 했더니 맞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최소한 1시간 이상은 기다렸다가 버스에 올랐다.
어제 예매해 두었던 티켓이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을 했고, 갑자기 내 눈 앞에 책에서만 보던 마추픽추가 멀리 나타났다.
먼저 마추픽추 마운틴에 올라가려고 하니, 정말이지 딱 화보에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자리로 갔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나도 아무나 붙들고 인물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인물이 겉돌아 보이게 나왔다. 그냥 포토샵 작업을 한 사진 같았다.
와이나픽추가 마추피추를 안아주는 산이라면, 마추픽추 몬따탸는 마주 보고 있는 산이다. 올라가는 길이 어렵지는 않았으나, 한참 올라가다 보니 조금 지루해졌다.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그러니까 능선 위로 올라서서 마추픽추와 산 너머 쪽인 이드로엘렉뜨리까 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화전민이 밭을 만들기 위해 연기를 뿜는 모습과 전망을 보다가 아직도 멀기만한 정상을 바라보다가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도 없이 등산은 포기했다.
마추픽추와 그 아래에 만들어진 계단식 논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 곳에는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안아서 멍때리기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멍때리기에 돌입. 점심으로 가져온 과일을 먹으면서 한참을 빈둥거렸다.
관광용으로 풀어놓은 듯한 야마를 구경하면서.... 관광용 아니고 야생인가?
마추픽추를 가까이서 볼 시간.
담 밖엔 남지 않은 유적이지만 좁은 골목과 방과 전망대를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이 높은 산 위에 자리를 잡았던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
거의 마지막 기차를 예매해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조금 걷다가 힘들면 주저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구경헸다. 그 재미도 쏠쏠하다.
독특한 물건이 있으면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의 가이드가 설명하는 것을 얻어 들었다. 당연히 반도 알아듣지 못하는데 그래도 설명을 들으면 이게 무엇인가는 대충 알게 되었고 거기에 내 상상력을 보태는 식으로 이해를 했다.
맑은 날의 마추픽추 보다는 구름이 있는 날의 풍경이 훨씬 멋지단다. 오후에 되면서 하늘에 구름이 생기기 시작했고, 난 다시 전망이 좋은 장소로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갔다. 생각보다 구름이 많이 생기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만족한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마추픽추에서 내려올 때에는 비싼 버스비가 부담스러워서 걸어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걷는 사람이 드물지만 내려올 때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걸어내려왔다. 막상 내려와 보니 그리 힘들 길도 아니었다.
산을 다 내려왔는데, 나비 박물관 표지판이 보였다. 설마하면서도 계곡 아래로 내려가니 허술한 건물이 있었고, 문은 닫혀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있었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영업이라기 보다는 그냥 술 마시며 노래하고 있었다. 나도 커피를 먼저 마시고, 술 취한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했다. 그 사이에 두 팀이 더 들어왔다.
입장료를 내기도 아까운 곳이었으나,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아구아스깔리엔떼에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기엔 적당한 곳이었다.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아구아스깔리엔떼로 돌아가서 기다리다 저녁 먹고, 또 기다리며 커피 마시고...그렇게 기다리다가 7시 30분 기차를 탔다. 겨울이고 산 속이라 7시 30분인데도 이미 어두워졌고, 피곤함에도 정신은 말똥말똥하여 지루하게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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