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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캐나다(2017)

자, 다시 시작이다

by 그랑헤라 2017. 6. 22.

집에서 유령처럼 생활한 열흘 동안 여행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앞으로 절대 뉴질랜드는 가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바꾸다 보니 캐나다로 결정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학비가 저렴한 몬트리올에 있는 어학원을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유학원을 통해서 진행했다. 

캐나다 ETA 발급 받고, 왕복 항공권 구입하고, 어학원 입학허가서 받고, 혹시 US 오픈 테니스대회의 정현 경기를 보러갈수도 있을 것 같아서 미국 여행비자도 받았다. 

몬트리올은 퀘벡주라서 프랑스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열흘간 유튜브에 있는 크리스쌤 프랑스어 강의도 들었다. 엄청 열심히 들었는데...성과는 별로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방에 넣었던 겨울옷 몇 개를 빼고 여름옷으로 다시 꾸렸다.


6월 21일 수요일

비행기가 지연되어서 오후 2시가 다 되어서 출발했고, 10시간의 긴 비행 끝에 밴쿠버에 도착했다. 내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왔다는, 출산한 며느리와 아들을 보러간다는 그 아저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아, 진짜 지루했다.



비행기의 지연으로 몬트리올행 비행기와의 환승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서 에어캐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바쁘긴 한데 불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좀 달렸다.

밴쿠버 공항은 입국 심사의 간소화를 위해 비행기 안에서 입국신고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입국사무소 앞에 늘어서 있는 키오스크에서 여권을 스캔하고 내 사진을 찍고 입국신고서를 입력시키는 것이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ㅜ.ㅜ 물론 우리말로도 되어 있어서 걱정할 것은 없다.

서두른 덕분에 좀 일찍 줄을 섰는데, 간단하게 확인하는 곳에서 난 통과되지 못하고 재심사를 받는 곳으로 갔다. 

"캐나다에는 왜 왔느냐?"

"얼마 동안 있을 거냐?"

"왜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느냐?"

"어학원 허가서를 보여달라" 등등 꼬치꼬치 묻더라. 어학원 허가증을 보여줬더니 뒤에 있는 항공권, 보험증서 등등 꼼꼼히도 살펴보았다. 쫌 불안해졌다. 이름 하나로 신용이 보증되는 나였는데 이젠 여기 저기에서 구박덩어리가 된 기분이었다. 

"Welcome to Canada!" 하더니 들어가란다. 휴~~~.


비행기에서 천천히 나온, 옆에 앉았던 아저씨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분들은 간단하게 통과되었는데....ㅠ,ㅠ

서둘러서 몬트리온행 비행기로 바꿔타러 갔다. 그냥 이정표만 따라가면 되니까 쉽다. 

비행기 자리도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다. 한국에서 부터 캐나다까지 비싼 티켓을 샀더니 이건 좋은 자리로 줬나 보다. 그러나, 에어캐나다 국내선은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그냥 쥬스나 물 한 잔은 주는데, 그 외의 먹을 것들은 사서 먹는 것이다. 이게 뭐야???



설산이 삐죽하게 구름 위로 올라왔던 로키산맥을 지나면서 산들은 점차 낮아졌지만 아직까지도 눈을 얹을 있는 산들이 시원해 보였다.



서부인 밴쿠버와 동부인 몬트리올은 시차가 3시간, 비행기로 가는 것은 5시간이나 걸린다. 참 나라가 넓기도 하다. 창 밖으로는 늘 초지가 보였다. 도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몬트리온에 오니 드디어 집들이 나타나는데 거의 나즈막한 건물들이다. 참 깨끗한 동네다, 멀리서 봐서는.


이 동네 공항은 우리 나라의 버스터미널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것 같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라서 비행기가 대중화 될 수 밖에 없으니라. 그냥 버스타고 내리는 기분이다. 

'747번 버스를 타아지.' 짐을 찾고 밖으로 나오니, 747번 버스 타는 곳을 알려주는 안내판인 곳곳에 있었다. 공항 끝에서 나와 끝으로 가니 많이 걷는다는게 문제. 안내소에서 내가 내릴 정류장을 안내 받고, 앞사람이 티켓 사는 거 잘 봤두었다가 나도 티켓 사고 줄줄이 서있는 버스의 맨 앞으로 가서 탔다. 

이 747번 버스는 공항부터 시내 중심가까지 운행하는 버스로 1일권 10달러 버스 티켓을 사서 이용하면 된다. 


프랑스어와 캐나다. 어떤 역사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밴쿠버 입국 수속을 받는 곳에서  "Bonjour"로 인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부터 몬트리올행 비행기 안에서 그리고 버스 안에서 프랑스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버스 안에서는 프랑스어로만 안내가 나온다. 헐,


예약한 호텔은 생드니가에 있는 꺄흐티에 라탕호텔은 다운타운에 있는 완전 저렴한 그래서 좀 꾸진 곳이다. 저렴하니 모든 걸 이해해야 한다. 이 가격에(1인실 1박 5만 2천원 정도? 세금 포함이다.)  화장실 딸린 이만한 방을 구하는게 쉽지 않은 동네다. 젊거나 일행이 있으면 무척 재미있는 곳이겠지만 늙은 독신 여자인 내가, 더구나 영어도 어색하고 프랑스어도 모르는 내가 혼자 오기엔 외로움이 스물거리는 위치에 있다. 





숙소에 짐을 놓자마자 주린 배를 잡고 근처의 많고 많은 식당 중에서 멕시코 레스토랑인 'Tres Amigos'로 들어가서 생맥주 중간 사이즈와 쇠고기 께사디야를 주문했더니, 맥주는 양이 너무 많았고, 께사디야는 브리또가 나와서 께사디야라고 우겼다. ㅎㅎ 하긴 뭐, 내가 처음 먹은 멕시코 음식은 호주에서 먹은 '나초'인데, 멕시코에는 그렇게 생긴 나초는 없다는 거!!!




호텔에 있는 음료수 자판기다. '메흐씨'라는 인사보다도 카드도 사용된다는 것이 더 흥미롭다. 캐나다가 은근 얼리어답터이다.


이제 막 도착한 몬트리올의 첫인상은 별로다. 

호텔 매니저인 듯한 인도계 아저씨는 상당히 불친절하다. 내 앞에 있는 중년 여자 둘이 뭔가 물어보고 또 다리미를 빌리면서 사용법을 물어보니, 모든 다리미 사용 방법이 똑같지 않냐면서 엄청 투덜거렸다. 괜히 뒤에 있는 나까지 주눅들게시리...

또 팁 문화에 대해서 상당히 불편하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어느 정도를 팁으로 주는 줄 모르겠어서 10%를 줬더니 인상이 좋지 않았다. 팁 문화로 보면 우리나라가 참 좋다. 서빙하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란 말이다. 

캐나다가 후진국도 아닌데,  부자나라에 속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거리에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30m 마다 한 사람은 앉아 있는 것 같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이러 저러한 이유로 아직 좋은 인상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몬트리올이다. 하지만 아직 적응하지 못한 영어와 이제 전투력이 생기기 시작한 프랑스어를 배우기엔 딱 좋은 상황이다. 철저한 고독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적응하기 위해 그 동네의 언어를 배우는 것.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